'기업은행 완파' 흥국생명, 정규리그 우승 확정
[양형석 기자]
흥국생명이 기업은행을 꺾고 4년 만에 통산 6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5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5, 25-13, 25-1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오는 19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정규리그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으며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다(26승 9패).
▲ 지난 2020-2021 시즌 아쉽게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던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35번째 경기에서 통산 6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
'김연경 시대' 4년 동안 3회 우승한 흥국
지난 1963년 동양방직 배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흥국생명은 실업배구 시절 현대와 미도파, 호남정유 같은 강호에 가려 한 번도 겨울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2005년 V리그가 출범한 후에도 정규리그 16경기에서 3승 13패를 기록하면서 '원년꼴찌'라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V리그 원년 최하위는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꼴찌가 됐다.
프로 원년 최하위를 기록하며 2005-2006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흥국생명은 전체 1순위로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의 김연경을 지명했다. 지명 당시 188cm(현재는 192cm)의 큰 신장을 자랑하던 초대형 아웃사이드히터 유망주 김연경은 루키 시즌에 득점(756점)과 공격성공률(39.68%), 서브(세트당0.41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흥국생명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활약한 네 시즌 동안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포함해 두 번의 통합우승과 세 번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V리그 초창기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김연경과 황연주(현대건설)로 이어지는 쌍포가 건재하는 한 오랜 기간 이어질 것 같았던 흥국생명의 독주시대는 2009년 김연경이 일본의 JT마블러스로 임대 이적을 하면서 예상보다 일찍 막을 내렸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미아 예르코프와 한송이(KGC인삼공사)가 쌍포로 활약했던 2010-2011 시즌 김연경 없이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챔프전에서 황연주가 속한 현대건설에게 2승 4패로 패했다. 흥국생명은 한송이마저 팀을 떠난 2011-2012 시즌부터 2013-2014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하위권에 머물렀고 엘리사 바실레바의 원맨팀이었던 2013-2014시즌에는 V리그 출범 후 두 번째로 최하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2014년 박미희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부임하고 또 한 명의 대형신인 이재영이 입단하면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재영의 3년 차 시즌이었던 2016-2017 시즌 4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은 2018-2019 시즌 '김연경 시대' 이후 무려 12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전성기는 '쌍둥이 사태'가 터진 2020-2021 시즌 또 한 번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 기뻐하는 김연경과 흥국생명 선수들 15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경기.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흥국생명 김연경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흥국생명은 2020-2021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라피드 부쿠레슈티)을 영입하고 11년의 해외리그 생활을 마친 '여제' 김연경이 복귀하면서 역대 최강의 전력을 구성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1위를 달리던 2021년 2월,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사건이 터지면서 두 명의 핵심선수가 팀을 이탈했고 슬럼프에 빠진 흥국생명은 GS칼텍스 KIXX에게 정규리그와 챔프전 우승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2020-2021 시즌이 끝나고 김연경(중국리그 이적)과 쌍둥이 자매, 김세영(은퇴) 등 주전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흥국생명은 2021-2022 시즌 7개 구단 중 6위로 추락했다. 전력이 불안정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나 다름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2021-2022 시즌이 끝나고 김연경이 다시 V리그로 복귀했고 외국인 선수 옐레나가 가세하면서 팀 전력이 대폭 강해졌다.
김연경이라는 최고의 파트너를 만난 옐레나는 이번 시즌 34경기에서 득점(818점)과 공격성공률(42.84%) 3위, 서브 2위(세트당0.26개)를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주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득점 5위(669점, 국내 선수 1위)와 공격성공률 1위(45.76%)를 달리고 있는 김연경은 V리그 역대 최고의 아웃사이드히터답게 46.80%의 리시브효율과 세트당 3.71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현대건설과 한창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흥국생명의 사령탑으로 합류한 아본단자 감독 역시 시즌 후반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흥국생명은 시즌 중반 권순찬 감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질되고 2명의 감독대행을 거치면서 상당히 어수선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흥국생명 부임 후 아직 6경기 밖에 선수들을 지도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 풍부한 경력을 자랑하는 아본단자 감독의 합류는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챔프전에 직행할 수 있는 정규리그 우승은 어느 팀에게나 중요하지만 이번 시즌 흥국생명에게 챔프전 직행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이원정 세터에게 더 많은 휴식 및 치료 기간을 줄 수 있고 아본단자 감독의 작전과 전술을 선수들과 더 많이 맞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본단자 감독의 새로운 작전들이 챔프전에서 발휘된다면 흥국생명의 통합우승 확률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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