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의 한국 골프장 순례①>한국의 페블비치-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관능적 서정이 넘치는 한반도 끝자락
새벽 6시. 하루를 시작하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선잠을 깨서인지 몸은 그닥 개운치 않았다. 목적지까지 4시간30분, 결코 짧은 여행길은 아니다. 그럼에도 가슴은 콩닥콩닥 두방망이질이다.
아마도 저만치 와있는 봄을 지척에서 보고, 호흡하고, 만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인 듯하다. 그렇게 버스는 한반도 땅끝 전남 해남군 화원면 화원반도에 자리한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대표이사 허명호)를 향해 출발했다.
고려 시대 어느 시인은 달마산에 올라 해남의 다도해를 바라보며 ‘산은 백번을 돌고 물은 천 굽이 굽이치네’라고 노래했다고 한다. 해남은 그런 곳이다. 누군가는 관능적 서정이 넘실대는 한반도의 끝자락이라고도 했다.
◀천혜의 입지 조건
2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를 거치면서 낮은 지대 골짜기는 바다가 되고 산은 육지와 섬이 됐다. 해남의 구불구불한 다도해는 그런 과정을 거쳐 생성된 리아스식 해안이다.
그 중에서도 ‘꽃의 본고장’이라는 의미의 화원(花源) 해안선은 절경 중의 절경이다. 건너편 장산도, 안좌도, 하의도, 비금도 등 천 여개의 섬들은 화원의 꽃술 역할을 한다. 해질녘 그 꽃술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는 생전에 꼭 봐야할 몽환적 장관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백두대간의 끝자락인 이 곳을 화원관광단지로 지정해 경주보문관광단지, 제주중문관광단지와 함께 국내 3대 관광단지로 조성하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
파인비치골프링크스가 골퍼들 사이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골프장’ 내지는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으로 회자 되기까지는 틀림없이 이 천혜의 경관이 주는 울림도 있었을 것이다. 파인(9홀)과 비치(9홀)의 18홀과 위탁 운영중인 오시아노코스 9홀 중 허투루 볼 홀은 하나도 없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20도 내외여서 바람만 강하지 않으면 겨울 라운드재미도 쏠쏠하다. 시그내쳐홀은 비치 6번홀(파3)과 7번홀(파4)이다. 바다를 가로 질러 티샷을 해야 하는 이 두 홀 때문에 ‘한국의 페블비치’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와 매우 흡사해서다.
◀리뉴얼 마친 42실 부티끄 객실
파인비치골프링크스는 체류형 골프장으로 거듭났다. 먼길을 달려온 고객들이 제집처럼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42실의 골프텔을 클럽하우스에 갖추고 있어서다. 작년 레스토랑 및 락카시설 리노베이션에 이어 올해 초에는 객실 리노베이션 및 집기와 비품 고급화를 단계별로 실시했다.
그 결과 하이 엔드 럭셔리 호텔로 재탄생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리뉴얼을 마친 객실은 스탠다드 타입 4유형과 스위트 타입 3유형이다. 여기에 스타트하우스 확장 및 프라이빗 라운지 바를 신규로 오픈할 예정이다. 그 공사가 마무리 되면 고객들은 진정한 명품 휴양시설의 진면목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고객을 맞이하는 프론트 업장도 새로운 시설 및 세련된 디자인으로 단장했다. 투숙객들에게 프라이빗 상담서비스, 컨시어지 서비스 등 고객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스마트 체크인, 자동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도 더해질 예정이다.
◀정(情)으로 만들어낸 남도식(南道食)
파인비치골프링크스만의 자랑은 또 있다. 남도의 질펀한 정과 정성으로 맛깔스럽게 내놓은 음식이다. 고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메인 셰프 출신 조리장이 내놓은 음식은 ‘남도식(南道食)’ 그 자체다. 거기에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우선 식재료가 신선하고 풍성하다. 대부분 재료는 지역에서 생산되거나 채취한 것들이다. 그러니 미역국 하나를 끓여도 풍미가 장난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패키지 고객들이 즐겨 찾는 수라상이 인기다.
삼색어선, 대하두릅적, 남도식 해물 초무침, 활전복 누르미와 수육, 남도 활생선회 또는 한우떡갈비, 남도 제철 생선 조림, 오곡 진지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이 차례로 나온다.
◀워킹 골프 프로그램 운영
투숙객들에게 골프 외의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해안 둘레길’과 야간 산책로인 ‘천사의 길’도 조성했다. 해안 둘레길에 있는 백사장에서 만난 해너미는 장관 중의 장관이다. 천사의 길은 다도해를 좀더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해안 전망데크까지 왕복 1004m의 산책로다.
파인비치골프링크스는 올 3월부터 위킹골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 캐디, 노 카트, 셀프 플레이’라는 슬로건의 이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도 제약 받지 않고 골퍼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취지로 준비했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카트비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골퍼들의 운동할 권리를 되찾아 주기 위해 내린 과감한 결정이다.
최근 큰 화제인 ChatGPT에 골프의 운동효과를 검색한 결과 유산소 운동 효과, 근력강화 효과, 균형감각 향상 효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 그리고 대인관계 형성 효과가 있다는 답이 나왔다. 물론 걷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효과다.
◀고급 리무진 매일 왕복 셔틀
이 프로그램을 원할 경우 클럽내 비치된 1인 수동카트(트롤리)를 대여하거나 개인 소장 하프백 및 수동 카트를 이용하면 된다. 운동 효과 뿐만 아니라 아시아 100대 코스 및 한국 10대 코스에 선정된 파인비치골프링크스의 아름다운 코스와 천혜의 주변 경관을 유유자적 바라보며 봄 기운을 만끽하는 호사를 덤으로 누리게 된다.
땅끝이라 접근성이 나쁠 거로 생각하는 건 편견이다. 수도권 골퍼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골프장까지 고급 리무진 셔틀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서울 출발은 서초구 양재동 케이호텔에서 매일 6시, 귀경은 클럽하우스에서 매일 14시30분에 출발한다. KTX나 SRT를 이용한 고객은 목포역에서 골프장까지 무료 왕복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
■<인터뷰>허명호대표 “골프 문화 체인저가 되겠다”
“개인적으론 골프 문화를 확 바꾸고 싶다.”
파인비치골프링크스 허명호대표의 꿈이다. 그 시작이 한국 10대 코스 중 최초로 시행하는 워킹 골프 프로그램이다. 그는 “카트료가 매출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그것을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가장 큰 이유는 골퍼들에게 운동할 권리를 찾아 주는데 있다“고 했다.
원하는 사람은 스탠딩백을 어깨에 걸머지고 워킹 라운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허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한 마디로 골프장 본연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진행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건전한 골프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파인비치골프링크스는 정부가 예고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회원제로 남기로 했다. 회원제와 같은 세금을 감수하더라도 하이 퀄리티 시설과 고품격 서비스로 고객들로부터 제대로된 평가를 받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허 대표는 “시설에 대한 리뉴얼은 다 마무리됐다. 프라이빗한 공간이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 호텔은 부티끄 호텔에 가깝게 운영될 것”이라며 “페어웨이 잔디는 올해 80% 가까이 벤트그래스로 바뀌게 된다. 그러면 코스 컨디션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해남=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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