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78명’ 한국의 가장 위험한 적 인구 문제…스타트업에 답이 있다
‘한국의 가장 위험한 적: 인구 구조(South Korea‘s Most Dangerous Enemy: Demographic)’.
수년 전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북한 미사일보다 다루기 어려운 인구 감소라는 시한폭탄이 한국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17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5명이었다.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경고음이 이어졌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추세는 더욱 빨라져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내려앉았다.
정부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해 각종 대책을 내놨다. 지난 16년간 쓴 예산만 28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대비는 부족한 상황이다. 인구 감소에 수도권으로의 이동이 더해지면서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스타트업이 만드는 혁신
문제는 시장의 크기
현재 추세를 바꿀 수 있는 건 혁신적인 시도뿐이다. 스타트업은 ‘고객 중심적’으로 접근해 문제를 찾고,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불확실성 속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왔다.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전기차는 친환경차로 불리지만, 그들은 환경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고객 입장에서 그들의 욕망을 자극할 만한 고급 차량을 만들어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전기차 스타트업이 점차 늘어났고 완성차업계까지 끌어들이며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인구 문제도 마찬가지다. 개개인의 욕망에 집중해 이를 충족시키는 스타트업 서비스가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달리 보면 시장의 기회다. 기업가 입장에서 문제는 새로운 서비스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노인 빈곤율 증가라는 사회적 문제는 은퇴 후에도 전문 역량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서비스와 미리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는 자산 관리 솔루션으로 접근 가능하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은 합리적 가격의 고품질 보육 서비스,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집값과 출퇴근 등 생활의 어려움은 거주와 사무실 위치의 선택권을 넓히는 측면에서 사업을 고민해볼 수 있다.
문제의 크기는 곧 시장의 크기다. 누구도 인구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5000만 국민 전체가 대상이 된다.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솔루션을 찾는다면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4가지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돌봄 영역(Accessible Care)이다. 돌봄은 아이 보육과 부모 부양 서비스를 포괄한다. 현재 두 영역 모두 공공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서비스는 없는 실정이다. 다양한 개인의 욕구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민간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가격이 높다는 점이 부담된다. 만약 부담 가능한 수준의 개인화 서비스가 나온다면 고객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웰 에이징(Well Aging)이다.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시니어 분야가 각광받는다. 하지만 많은 곳이 ‘웰 다잉(Well Dying)’에 집중한다. 시니어를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시니어들이 신체적·심리적 건강을 챙기면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 측면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지속 가능한 수입(Sustainable Income)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다. 모두가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우선 은퇴 인력과 경력 단절 여성을 고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들의 상황을 고려해 능력과 경험을 일자리와 연결한다면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마지막은 지역에서의 기회(Local Opportunity)다. 많은 사람이 대도시의 삶에 염증을 느끼지만, 쉽게 지방으로 떠나지 못한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인프라 접근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시와 지방을 연결하고 지방에서도 다양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면,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만개 스타트업 필요
실제로 인구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가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 2월 8일 ‘스타트업, 인구 문제를 푸는 실마리’라는 주제로 인구 포럼을 열었다.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와 스타트업들을 초대해 통찰의 시간을 가졌다. 참석 기업은 지역 기반 어린이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워스팟, 세컨드하우스 공동 소유 플랫폼인 클리 등이다.
아워스팟은 7~9세 아이를 둔 부모들의 방과 후 돌봄 공백 고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는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부모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동네 기반 어린이 전용 공간을 만들었다. 클리는 ‘오도이촌(5일은 도시, 2일은 시골에서 생활)’을 꿈꾸는 도시 생활자들을 위해 충청남도 공주에 공동 소유 세컨드하우스를 지었다. 관리와 소유를 편하게 해 세컨드하우스 진입장벽을 낮춘 게 특징이다.
이들 회사 모두 저출산, 지방 소멸 등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사업을 하지 않는다. 개인이 느끼는 문제에 집중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결 고리가 형성됐다.
앞으로 인구 구조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사업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에서는 흔히 PMF(Product Market Fit·제품 시장 적합성)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제는 DMF(Demographic Product Market Fit)도 고민해야 한다. DMF는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하고, 나아가 현 구조를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찾는 방법을 의미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인구 문제를 의제로 투자와 컴퍼니 빌딩(Company Building)을 진행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만든 용어다.
DMF를 맞추기 위해서는 ‘혁신가’ ‘기술’ ‘협업’ 등 3가지가 필요하다. 인구 추세는 단기간에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도전하며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혁신가가 중요하다. 또, 인구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혼자 풀기 힘든 문제기 때문에 협업이 요구된다.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스타트업이 먼저 사례를 만들어 가능성을 발견한 뒤, 공공과 대기업 자원이 더해지면 빠르게 성장하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스타트업 몇 개로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기업가 관점에서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뾰족한 해답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이 1만개 이상 생기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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