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1위 선물한 김연경 “팀에 좋은 결과 줘 기분 좋아”
‘월드클래스’ 김연경이 흥국생명을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놨다. 흥국생명 소속으로는 2007-2008시즌 이후 15년 만에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끈 김연경은 “올 시즌 힘든 일이 많았는데 동료들과 함께 이겨내고 좋은 결과가 이어져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15일 경기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맞대결에서 3대 0(25-15, 25-13, 25-16)으로 승리했다. 승점 79점(26승 9패)을 기록한 흥국생명은 남은 경기와 무관하게 2위 현대건설을 따돌리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 최다득점인 23점을 퍼부으며 1위 확정 선봉에 섰다. 그는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정규리그 1위로 마무리해 정말 좋다”며 “힘든 순간들마다 동료들과 잘 뭉쳐있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권순찬 전 감독이 구단 윗선과의 갈등으로 경질되면서 한동안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당시 팀 내 고연차 선수인 김연경과 김해란이 앞장서 선수들을 대변하고 팀을 이끌어왔다.
김해란도 “중간에 힘든 날이 있었지만 서로 잘 견뎌내서 여기까지 왔다”며 “선수들한테 고맙고 연경이한테 제일 고맙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참고 끌어줬다”고 말했다. 김연경도 “그런 상황에서 저도 누구보다 힘들어했는데 언니가 잘 버티고 있어서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고 잘 이겨낸 것 같다”고 화답했다.
권 전 감독을 향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김연경은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 드리고 싶다”며 “비시즌부터 시즌 후반까지 좋게 잘나가는 상황이었다. 감독님도 잘 해주셔서 이런 결과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6위였던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가세로 정규리그 1위를 거머쥐었다. 김연경은 여전히 ‘월드클래스’의 실력을 뽐낸 것을 물론, 감독 경질 사태로 팀이 흔들릴 때도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김연경은 ‘김연경 효과’ 질문을 받자 “영향력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라고 웃으며 “팀에 좋은 영향을 주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좋다. 선수들이 같이 잘해줬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자력 1위까지 승점 1점(2세트 획득)만 남겨둔 흥국생명은 1세트부터 10점 차로 승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옐레나·김연경 쌍포가 8·7점을 뽑아낸 반면, 이미 ‘봄배구’가 좌절된 IBK기업은행은 범실 8개로 자멸했다.
정규리그 1위까지 단 한 세트 남겨둔 상황에서 김연경이 맹폭을 퍼부었다. 김연경은 2세트 블로킹 3개를 포함해 9득점(공격성공률 50%)으로 팀내 최다 득점을 책임지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옐레나가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는 스파이크를 성공시키자 흥국생명 관중석에선 팬들의 환호성이 길게 이어졌다. 승기를 잡은 흥국생명은 3세트도 이변없이 가져오며 승리했다.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는 이후 5년 만이다. 2018-2019시즌 흥국생명은 통합우승을 이뤘다.
주로 해외에서 활동한 김연경은 올 시즌을 포함해 V리그에서 총 6시즌을 뛰었는데 모두 챔프전에 오르는 진기록을 썼다. 앞선 5번의 챔프전에서는 3차례(2005-2006, 2006-2007, 2008-2009) 우승했다. 가장 최근인 2020-2021시즌에는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다 ‘쌍둥이 자매’ 사태로 시즌 막판 팀이 흔들리며 리그 2위·준우승을 했다. 2021-2022시즌 중국에서 활약한 뒤 돌아온 김연경은 리그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통합우승까지 도전한다.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거머쥔 흥국생명은 5번째 우승이자 4번째 통합우승을 노린다. 김연경은 “저희가 유리한 건 맞다.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한 팀만 준비를 하면 된다”며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플레이오프가) 3차전까지 가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화성=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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