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좋아한다"더니…외면당한 '주69시간'에 尹지지율 출렁

윤지원 2023. 3.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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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초청 오찬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청년층도 다들 좋아한다.”

지난 8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옹호하며 한 말이다. 그러나 성 의장 주장과는 정 반대 양상이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민심 이반이 외려 더 컸다.

리얼미터가 13일 발표한 3월 2주차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20·30세대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 철회 움직임이 유독 도드라졌다. 이번 조사는 고용노동부의 개편안 발표 당일인 6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전주 대비 4.0%포인트 떨어진 38.9%를 기록했는데, MZ세대가 하락세를 견인했다. 특히 20대 연령층(만18~29세)에서 전주(37.9%)보다 10.2%포인트 추락한 27.7%를 기록했다. 30대도 6.3%포인트가 빠진 29.4%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50대(5.3%포인트↑)나 40대(5.5%포인트↑)에 비해 20대(13.0%포인트↑)와 30대(11.3%포인트↑)에서 치솟았다.

국민의힘 지지율에서도 이런 양상이 나타났다. 한주 사이 20대(34.8%)에서 6.5%포인트, 30대(34.3%)에서 6.6%포인트가 이탈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윤 대통령이 MZ세대의 우려를 이유로 정부 개편안 발표 8일만인 14일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이의 배경으로 불공정 논란이 제기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의 데자뷔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 2030 세대는 공정 이슈를 제기하며 반발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공정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할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게 공정이라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5일 “더 오래 일하면 그만큼의 휴식과 돈을 보장한다는 취지지만, 반대급부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게 MZ세대의 시각”이라며 “이런 불공정한 상황에 대한 우려로 강한 거부감을 일으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지금도 사용자가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근로자의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데, 69시간제가 도입되면 이런 ‘공짜 야근’이 횡행할 것이라는 게 MZ세대의 주장이다.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선 “연차도 제대로 못 쓰는데, 장기 휴가가 가능하겠냐”는 불만도 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월 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 트라우마가 조기 수습의 배경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이던 2021년 7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주 120시간 발언 보름 뒤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은데 앞으로 유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시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그때 윤 대통령이 정치적인 상처를 크게 입어 거의 트라우마로 남았다”며 “윤 대통령 입장에선 69시간 발표 파문을 보며 같은 일이 벌어진 느낌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에서 김기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은 이날도 논란 진화에 힘을 쏟았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시장 정책 핵심은 MZ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의 권익 보호”라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주 69시간은 너무 과도한 시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의 책임론에 대해 김 대표는 “개편안을 발표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좀 매끄럽지 못했다”며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설명이 되는 바람에, 혼선을 빚은 데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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