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부지불온
2023. 3. 16. 00:56
공자는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군자란 ‘양심이 살아있는 품격 높은 지식인 지도층’이라고 풀어 말할 수 있다. 군자는 자신의 양심과 좋아하는 바에 따라 행동할 뿐 남이 알아주건 안 알아주건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는 군자를 자처하면서도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화를 내는 사람이 많다. 공자님 때도 그랬었나 보다.
물론, 사람은 사회적 인정을 받을 때 존재감을 느끼고, 존재감이 곧 행복감의 시작일 수 있다. 특히, 유·소년들은 존재감을 크게 느낄수록 동기유발이 강하여 적극적으로 정진한다. 실은 성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다.
문제는 군자를 자처하면서도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며 성을 내는 거짓 군자이다. 행사장 내빈석 자리 배치를 두고 “내 자리가 왜 저 사람보다 뒷자리냐”라며 버럭 화를 내기보다 “괜찮아, 어떤 자리면 어때”라며 이른바 ‘의전’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실무자를 다독이는 고위층이라면 절로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귀빈석에 앉는 게 군자가 아니라, 군자가 앉는 곳이 곧 귀빈석이다. 군자는 스스로 빛나는 사람인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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