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규 반도체 단지, 저출산 난제 풀 수 있어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발표가 있었다.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체출산율(2.1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우리나라 인구는 100년 후에 지금의 5200만 명에서 약 1500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이 2050년 0%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장기간 지속한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2050년 이후부터는 더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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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에 새 산업단지 추진 중
고용 창출로 저출산 탈출 도움
지구촌 ‘반도체 전쟁’서 이겨야
」
한번 꺾인 출산율 추세를 반전하려면 오랜 기간에 걸쳐 국가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따라야 한다. 단기간에 출산율이 증가해 노동력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현재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생산성 향상에 국가적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대한민국은 반도체라는 첨단 무기를 갖고 있다. 반도체는 자동차·정보기술(IT) 등 기존 산업과 인공지능(AI)·로봇 등 신산업의 핵심 기술이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1년 5868억 달러에서 2026년 8093억 달러로 5년 만에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율주행과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앞으로 반도체 산업의 성장률은 더 가속할 전망이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튼튼한 버팀목이자 앞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할 효자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요즘 미국·중국·대만·일본·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반도체 산업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반도체 전쟁’이다. 미국은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총 39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신 반도체 시설에 접근 허용, 예상 초과 이익 공유 의무 부과, 10년간 중국 투자 금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붙인 ‘반도체 지원법’을 만들었다.
중국도 이에 맞서 반도체 생태계 자립을 국가 전략 과제로 추진하며 반도체 투자 기업에 10년간 법인세 면제 등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일본도 한국과 대만에 빼앗긴 반도체 제조 강국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반도체 산업 부활에 사활을 걸고 92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원 법안을 시행 중이다.
EU 역시 2030년 반도체 시장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460억 달러 규모의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인 TSMC를 보유한 대만도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에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정부 주도로 인력 지원과 과학산단 인프라 제공 등 정책을 추진 중이다.
윤석열 정부도 이에 뒤질세라 300조원에 달하는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산단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건설 중인 기흥·화성·평택·이천과 결합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수도권에 조성된다. 여기에 더해 신규 산단에 입주한 기업이 인허가 단축 특례 등을 받도록 해당 지역을 ‘국가 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 공장 총량 규제를 풀어 신규 산단 후보 지역에 수도권이 포함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수도권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가 훨씬 쉽고 이미 갖춰진 반도체 생태계 활용도 수월하다. 수도권에 신규 산단이 조성되면 기업들은 중국과 마찰이 우려되고 핵심 기술 유출 우려도 있는 미국보다 한국에 새로운 반도체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대규모 국내 투자 유치를 통해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될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 입지 규제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 이번에는 여야가 정치 논리로 반목하지 않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며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모든 국가 역량을 동원해 작금의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의 미래를 위한 해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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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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