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끝냈다, 흥국생명 정규리그 정상
김연경(35·흥국생명)은 목이 터져라 “파이팅”을 외쳤다. ‘정규리그 1위’라는 목표를 위해 더 집중했고, 더 강해졌다. 팀 득점(45점)의 절반이 넘는 23점을 올리며 블로킹 4개를 곁들였다. ‘배구 여제’의 투혼을 앞세운 흥국생명은 4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복귀했다.
흥국생명은 15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 배구장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5, 25-13, 25-16)으로 완승했다. 시즌 승점을 79점(25승 9패)으로 끌어올리며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022~2023시즌 V리그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2위 현대건설(승점 70·24승 10패)이 잔여 2경기에서 최대 승점 6을 추가하더라도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정상에 등극한 건 통산 6번째이자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이다. 지난 시즌 7개 구단 중 6위에 그쳤지만, 한 시즌 만에 순위표 맨 위로 반등했다. 그 비결은 두말할 것 없이 2년 만에 V리그로 돌아온 김연경이다.
지난 2005~2006시즌 흥국생명 소속으로 프로에 데뷔한 김연경은 입단 3년째인 2007~2008시즌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이후 2009년 해외 무대로 진출해 일본, 터키 등에서 활약했다. 2020~2021시즌 잠시 돌아와 흥국생명의 준우승에 힘을 보탠 뒤 다시 중국으로 떠났다.
김연경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제 한국 팬들 앞에서 뛰고 싶다”며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다시 합류한 흥국생명은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은퇴로 전력이 약해진 상태였다. 지난 1월에는 권순찬 전 감독이 반강제적으로 물러나는 과정에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그 여파로 흥국생명은 한 달 넘게 감독 없이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러야 했다.
김연경은 앞장서서 위기를 수습했다. 코트 위에서는 일당백으로 활약하면서 코트 밖에서는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은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서로 단단히 뭉쳐서 이겨냈다”면서 “특히 (김)연경이에게 가장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참고 우리를 끌어줬다”고 했다.
감독 없이 1위를 탈환한 흥국생명은 지난달 중순 유럽의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부임하며 가속도를 냈다. 김연경은 “시즌 초기엔 이 정도 성적을 예상하지 못했다. 1위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동료 선수 모두에게 고맙고, 우승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연경의 존재감이 1위 달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솔직히 내 영향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당연히 있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또 “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선수로 인정 받아 기분이 좋다. 동료들이 함께 해줬기 때문에 좋은 결과도 나오는 것”이라며 “여러모로 뿌듯하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오는 29일 시작하는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준비를 시작한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겼을 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도 좋아서 기분이 아주 좋다. 흥미로운 (우승) 도전이 남아 있으니, 이틀 정도 이 기분을 만끽한 뒤 다음 목표를 향해 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화성=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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