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하녀복 종업원 ‘메이드 카페’ 한국 상륙... 주민들 "동네 분위기 해칠까" 걱정

최태원 입력 2023. 3. 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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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풍 코스프레 카페... 입장 예약 서버 다운됐을 정도 입소문
"청소년에 악영향 우려" vs "상권 활성화 기대"

국내 유일의 ‘메이드 카페’가 15일 서울 홍대 입구에 개업했다. 온라인 사전 예약이 폭주할 만큼 젊은이들에게 입소문을 탔지만, 지역 주민들은 여성을 상품화하는 일본풍 코스프레 풍습을 탐탁잖아 하는 분위기였다.

메이드 카페 SNS에 올라온 하녀복 입은 종업원 소개 사진(좌)과 케첩 아트가 그려진 대표 메뉴 오므라이스(우)[이미지출처=메이드 카페 인스타그램 캡처] .

메이드 카페란 서양식 하녀 복장을 한 여성 종업원들이 식음료 제공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를 지칭한다. ‘하녀’가 ‘주인’을 모시듯 종업원이 손님이 모신다는 컨셉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풍습이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버, 연예인 등 인플루언서들이 일본 메이드 카페 방문 체험기 등을 공개하며 관심이 커졌다. 메이드 카페는 2006년 국내에 처음 생긴 후 몇몇 곳이 운영됐지만, 얼마 못 가 모두 폐업했다. 이날 문을 연 카페는 인플루언서와 SNS가 주도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에 올라타 재등장한 것이다.

이 카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종업원들이 서양 하녀 복장을 할 뿐, 일반적인 음료수와 식사 등을 판매하는 '평범한 카페'이다. 미성년자의 출입도 가능하다. '오므라이스 위 케첩 아트'와 '맛있어지라는 주문 외워주기' 등의 이색 서비스가 준비돼있다. 처음 방문하는 고객에겐 '주인님 카드'가 제공된다. 카드의 뒷면에 고객의 이름과 생일, 방문일의 담당 종업원, 첫 방문일 등을 종업원이 직접 기록해준다. 카페 화장실 입구엔 욕조가 비치된 포토존도 마련됐다.

카페 이용은 선착순 사전 온라인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카페는 개장에 앞서 지난 13일 온라인 예약을 받았고, 개장 첫날인 15일 기준 3월 예약은 모두 마감됐다. 예약 오픈일에는 이용자들이 몰려 서버가 과부하 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하녀복을 입는 종업원 30명 구인 당시에도 하루가 채 되지 않아 300명 이상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을 모시는 하녀라는 컨셉에 퇴폐업소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이 카페에서 유흥접객행위 등의 불법행위는 일절 금지돼있다. 카페의 SNS 등에 따르면 종업원을 지명해 부르는 행위는 종업원과 함께 폴라로이드 기념사진을 찍을 때만 가능하다. 그 외의 본인을 제외한 사진 촬영이나, 종업원의 연락처나 신상을 묻는 등의 행위는 금지돼있다.

이 카페의 업주는 SNS 등을 통해 ‘건전하고 사랑스러운 서브컬쳐 문화를 가꾸어나가요’라고 운영 방향을 밝혔다. 서브컬쳐는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문화로 여겨지는 문학과 영화, 미술 등과 대비되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일부 마니아층이 향유하는 콘텐츠를 일컫는다. 실제 메이드 카페의 하녀복도 정통 방식의 서양식 하녀 복장이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 등에 나타나는 서양식 하녀복이 모델이다.

업주가 밝힌 방향성과 별개로 지역 주민들은 치안 저하에 대한 걱정과 영업방식의 변질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우려를 제기했다.

카페 인근 주민 서모씨(31)는 “퇴폐업소가 아니라니, 크게 신경을 쓰진 않는다”면서도 “메이드 카페를 찾는 외부 남성들이 동네에 오면서 치안이 안 좋아질까 걱정되기는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모씨(51)도 “일본의 성문화가 개방적이지 않나. 치안에 대한 우려도 되고, 처음엔 건전하게 운영되더라도 나중에 변질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장의 위치가 적절하지 못하단 주장도 제기됐다. 업장 반경 100m 안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1곳씩 있기 때문이다.

업장 인근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다는 김모씨(38)는 “서브컬쳐 문화를 존중하지만 하필이면 우리 동네인가 싶다”며 “(업장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바로 옆에 있으니만큼 아이들에게 좋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유일의 메이드 카페인만큼 지역 명소로 알려져 상권 활성화에 일조하기를 기대한다는 주변 상인들도 있었다.

카페 인근 편의점 주인 최모씨(47)는 “마냥 달갑지는 않지만, 건전하게 잘 운영된다면 지역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잘 운영돼 동네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 인근 상인들도 덕을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카페의 매니저 김모씨(60)도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문화라고 하니 기왕 시작했으니만큼 잘 돼서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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