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히어라 "송혜교 팬, 감독님이 사랑스럽게 보지 말라고"

손화신 2023. 3. 1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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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넷플릭스 <더 글로리> 이사라 역의 배우 김히어라

[손화신 기자]

배우 김히어라가 캐스팅 과정부터 송혜교와의 연기호흡까지 <더 글로리>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 이사라 역을 맡은 배우 김히어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넷플릭스 TV 부문 전 세계 1위를 기록 중인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학교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를 실행하면서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히어라가 연기한 이사라는 학교 폭력 가해자 중 한 명으로, 마약에 중독된 인물이다. 

"송혜교 연기에 반해"
 
 넷플릭스 <더 글로리> 이사라 역의 배우 김히어라.
ⓒ 넷플릭스
김히어라는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한 배우여서 대중에겐 낯설다. 그는 매체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무대를 잠시 중단했고, 이후 드라마와 영화 오디션에 문을 두드린 결과 2021년 JTBC 드라마 <괴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러다 <더 글로리>의 대본을 받았는데, 당시를 회상하며 김히어라는 "아무나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믿기지 않았다. 확신 없는 오디션에 지친 상태였는데 '더 글로리' 오디션 이후 바로 퀵으로 대본을 보내면서 함께 하자고 하시더라.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눈물이 찔끔 났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히어라는 사라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을 묻는 질문에 "사라의 행동이 너무 과해서 시청자에게 심한 반감을 사지 않으면서도, 시청자가 볼 때 사라의 행위가 정당화되지도 않아야한다는 데 신경 썼다. 그런 수위를 조절하는 부분이 조심스러웠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물을 받아들일 때 어렵다는 생각을 굳이 안 하려고 하는 편이다. 작가님이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쓰셨을 거고, 가해하는 인물 하나하나를 다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더 글로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님과 감독님이 의도한 대로 찍은 작품이다. 모든 배우가 애드리브는 하나도 없었다."

송혜교와의 연기호흡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사라가 교회에서 동은과 접촉하는 신이 김히어라의 첫 촬영이었는데 당시를 떠올리며 "혜교 언니의 팬이어서 떨렸다. 팬이라고 먼저 말을 붙였는데 혜교 언니가 '저도 이야기 많이 들었다. 동료 배우들이 연기 잘한다고 많이 말하더라. 그래서 나도 긴장하고 왔다' 그러시더라. 동은이가 받아주는 신이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다 받아주겠다 말씀하셔서 저도 쫄지 말고 해야겠다고 용기를 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눈을 보고 해야 했는데 언니가 너무 예쁘게 생기셔서 처음에 저도 모르게 반한 눈빛이 됐다. 감독님이 사랑스럽게 보지 말라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동은이가 사라 머리채를 잡고 뜯은 다음 자기 손에 들린 머리채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송혜교 언니가 손을 떠는데 그게 너무 진짜여서 잊을 수가 없다. 누구한테 가해를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몸이 미세하게 막 떨리는데 그걸 보고 언니에게 너무 반했다. 너무 동은 같았다."

"사회적 변화 기대해"
 
 넷플릭스 <더 글로리> 이사라 역의 배우 김히어라.
ⓒ 넷플릭스
검은 세계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남성들이 하는 욕을 연습했고, 넷플릭스로 마약 관련 드라마와 다큐를 보면서 마약에 중독된 연기를 준비했다는 김히어라. 그는 공교롭게도 원래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라, 극중 사라의 그림에는 김히어라의 손길과 의견이 반영됐다고. 

그렇다면 사라를 비롯한 가해자 일동이 마땅한 벌을 받은 결말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이 질문에는 그는 "약하게 보시는 분도 있는데, 저는 동은이가 자기 손에 직접 피를 안 묻히고 저희끼리 그렇게 됐다는 점에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라고 답했다.  

극 중 인물에 관해선, 동은의 엄마를 지목하며 자신에게 가장 충격을 준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히어라는 "동은이가 100퍼센트 엄마 때문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건 아니지만 울타리가 없다는 것이 마음 아팠다. 울타리가 없기에 애들이 동은이를 더 함부로 대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전했다. 

"지금은 오은영, 강형욱 선생님도 계시지만 제 학창시절 때만 해도 학교에서도, 부모님들도, 저 조차도 그런 폭력을 예민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걸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찍으면서 소외된 계층을 대하는 시선, 부모의 태도 등에 대해 많이 배웠다. 동은과 같은 복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저희 드라마를 보고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변화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이제부터 살아가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혹은 그들을 감당하고 책임질 어른들이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김히어라는 "주여정의 모든 대사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동은이가 홀로 위태롭게 서 있지 않도록 주여정이란 존재가 있어서 시청자의 입장에서 너무 다행이란 마음이 들었다. 여정이가 내뱉은 말들이 하나하나 너무 따뜻해서 동은이에게 많은 위로가 된 것 같다"라고. 

<더 글로리>를 통해 무대를 넘어 브라운관에서도 확실히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히어라는 앞서도 언급했듯 매체 연기를 위해 1년 동안 공연을 쉬기로 결단내리고 주변인에게 '나는 매체할 거야'라고 말하고 다닌 바 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용기를 잘 냈다는 생각이 든다. 용기를 내지 않았으면 공연 스케줄 때문에 어떡하지 하다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이사라 역의 배우 김히어라.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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