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로 경영 복귀 ‘합병·신사업’ 챙긴다…2년 만에 돌아온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CEO 라운지]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3. 3. 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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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창업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66)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경영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이다. 서 회장의 경영 복귀로 3년 동안 마무리 짓지 못한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 합병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약 개발 등 신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57년생/ 건국대 산업공학과/ 1983년 삼성전기/ 1985년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 1991년 대우자동차 기획재무부문 상임고문/ 2000년 넥솔 대표이사/ 2002년 셀트리온 회장/ 2021년 셀트리온 명예회장(현)
2년 전 약속 지켰다

경영진이 먼저 요청…“리더십 필요해”

서 회장은 2021년 셀트리온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사실상 은퇴였다. 그러면서도 서 회장은 “그룹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 경영에 부족함이 생기면 ‘소방수’ 역할로 현직에 복귀할 것”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서 회장의 은퇴를 ‘임시 휴직’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셀트리온그룹은 서 회장 은퇴 이후에도 집무실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경영 복귀도 앞선 약속과 관련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실적 부진·불확실한 신사업·주가 하락’ 3중고를 겪고 있다. 또 3년 전부터 계획 중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상장 3사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태다.

이에 현 경영진들이 나서 서 회장 경영 복귀를 요청했다는 게 셀트리온그룹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제 위기뿐 아니라 전략 제품 출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계열사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 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 결정이 필요해 일시 경영 복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선 서 회장 임기는 2년. 사내이사와 이사회 공동의장을 동시에 맡을 가능성이 높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3일 각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서 명예회장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 추천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오는 3월 28일 열리는 계열사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재계에서는 현 경영진들이 서 회장 복귀를 요청한 만큼, 선임 안건이 큰 반대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왕의 귀환’…그룹 시총 1.8조 증가

신약 개발 속도 낼까…M&A 기대감

서 회장이 경영 복귀를 선언한 3월 3일,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요동쳤다. 3사 시가총액 합계는 전일 대비 1조8049억원 늘었다. 셀트리온은 20조2357억원에서 21조2074억원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8조5298억원에서 9조1311억원으로 늘었다. 가장 큰 반등을 보여준 셀트리온제약은 2조1305억원에서 2조4624억원으로 15.5% 증가했다.

증권가는 서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신사업 등 중장기 전략 수립을 책임질 적임자가 돌아왔다는 평가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서 회장의 경영 복귀는 주가와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할 긍정적 시그널”이라면서 “회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셀트리온그룹은 새 먹거리가 필요한 상태다. 본업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정체 국면이다. 핵심 계열사 셀트리온은 2012년 ‘램시마’ 개발을 시작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유럽으로 영향력을 확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줄줄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동시에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와의 특허 공방, 약가 경쟁 문제까지 겹치며 레드오션이 됐다. 또 다른 성장축인 ‘진단키트’ 부문도 엔데믹과 함께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에 셀트리온의 최근 실적은 예년과 상반된다. 특히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어닝 쇼크’에 가깝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106억원. 전년 동기 대비 17.9% 감소했다. 수익성은 더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006억원으로 2021년 4분기보다 55% 줄었다.

셀트리온은 ‘신약 개발’로 활로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ADC(항체약물접합체) 항암제, 이중 항체, 마이크로바이옴 등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다만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분 투자 등 M&A 활동이 동반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평가다. 이 지점에서 서 회장 역할이 중요하다. 업계는 창업자가 직접 나서는 만큼,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서 회장의 빠른 의사 결정을 기반으로 M&A와 활발한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항체 기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플랫폼에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지부진’ 3사 합병, 마침표 찍나

강경한 소액주주 설득 과제

3년 동안 구체화되지 못한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도 서 회장이 마주한 과제 중 하나다. 3사 합병은 지주사(셀트리온홀딩스) 아래 통합 법인을 두는 단순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내용이다. 서 회장이 3사 합병을 처음 언급한 건 2020년 1월이다. 그해 9월 셀트리온그룹은 합병 계획을 공시했다. 당시 셀트리온그룹은 “합병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병 절차는 셀트리온의 분식회계 논란으로 무기한 중단됐다. 2022년 3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셀트리온의 분식회계 혐의 관련 “고의성 없다”고 결론 내리며 합병 절차가 재개됐다. 하지만 소액주주 일부가 “합병 이후 3사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며 합병을 반대, 현재 공식 논의는 멈춰 있는 상태다.

합병을 구체화하고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주주 동의가 필요하다. 합병이 성사되려면 각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특히 셀트리온그룹은 소액주주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하는 만큼, 소액주주 동의를 얻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율은 67.4%.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소액주주 비율도 각각 56%, 46%에 달한다.

문제는 3사 합병을 두고 소액주주 간 이견이 있다는 점이다. 3사 합병을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은 ‘시너지’가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통합 법인 매출이 기존 계열사 간 단순 매출 합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제품 판매를 맡고 있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에서 제품을 가져오는데, 현재는 이 거래 내역이 셀트리온 매출로 잡힌다. 2022년 3분기에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이에서 발생한 거래대금이 1조172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합병을 하게 되면 이 매출이 사라진다. 스스로를 상대로 매출을 내는 꼴이기 때문이다. 실적 거품이 걷히면서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손해는 주주들 몫이다.

업계에서는 서 회장이 3사 합병을 시작한 만큼, 본인 손으로 끝낼 것으로 관측한다. 만약 3사 합병이 성공되면 통합 법인은 시가총액 30조원 이상(단순 합산 기준)의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난다. 3월 8일 기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의 시가총액 단순 합산액은 34조8575억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3사 합병 관련 내부 검토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0호 (2023.03.15~2023.03.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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