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망할 듯 호들갑... 지금이 기회입니다

박진도 2023. 3. 1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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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0.78 쇼크? 차분히 따져보면 보이는 것들

[박진도 기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3년부터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 0.78로 떨어지면서 언론에 난리가 났다. '인구 소멸'이니, '청년 소멸'이니, '대한민국 소멸'이니 나라가 당장이라도 망할 듯 호들갑 떨고 있다.

그렇지만 인구감소는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겪고 있으며, 인구감소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이토록 특별히 낮은 이유는 무엇이고, 그 해법은 무엇일까.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의 결과

아이는 열등재(inferior goods)인가. 근 50년 전 대학원 석사과정 시절의 미시경제학 기말시험 문제였다. 담당 교수는 미국에서 갓 돌아온 젊은 교수였다. 경제학에서는 소득이 증가할 때 소비가 늘어나는 재화를 정상재(normal goods)라고 하고, 소비가 감소하는 재화를 열등재라고 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아이를 덜 낳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면 아이를 열등재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게 시험문제의 요지였다고 생각한다.

시카고 대학의 게리 베커(Gary Becker)는 1960년경부터 출산과 결혼의 경제학을 연구하였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베커는 부모가 자녀를 얼마나 낳을 것인가는 자녀를 키우는 효용과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였다.

자녀는 부모에게 행복감을 주지만, 자녀가 늘어날 때마다 돌아오는 효용성은 감소한다. 반면에 자녀를 양육하면 다른 활동(경제활동 등)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자녀 양육의 기회비용은 자녀 양육으로 인해서 포기해야 하는 소득이다. 따라서 경제가 성장하여 임금과 일인당 GDP가 증가할수록 자녀 양육의 비용은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베커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는 아이가 열등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결과이다. 소득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은 자녀의 수보다 자녀의 질을 더 중시하여 교육투자를 늘린다. 자녀의 수를 줄이는 대신 질을 높여 과거보다 더 높은 효용을 누리려고 한다.

실제로 출산율 감소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19세기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더 일찍 시작된 장기 추세다. 조출생률(인구 천 명당 출생아 수)과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 기간인 15세에서 49세 사이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모두 2차 대전 이후의 베이비붐 시기를 제외하면 20세기 내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오늘날 OECD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1명의 합계출산율이 필요하니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고 이미 진행 중이다. 다만, 이민이 인구 감소에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인구는 2022년 약 80억 명에서 2050년에 100억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지만, 이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저소득국의 인구 증가로 인한 것이다.

베커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한 것은 경제가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가져온 것이다. 인구가 소멸되거나 대한민국이 소멸될 일은 결코 없을 테니 호들갑 떨 일은 아니고, 요즘 말로 하면 K-성장이 K-저출산(저출생)을 가져왔으니 그냥 받아들이는 게 좋다.

1970년에서 2022년까지 합계출산율이 4.53명에서 0.78명으로, 출생아 수는 101만 명에서 4분의 1인 24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에 일인당 국민소득은 280달러에서 3만 5000달러로 증가하였다. 고도성장은 임금 상승과 일자리 증가를 가져와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시간의 기회비용 증가를 가져왔다.

부모들은 자녀를 많이 낳기보다는 자녀 수를 줄이고 교육 투자를 늘렸다. 고등교육 진학률은 급속히 높아져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도 활발해졌다. 피임약이 널리 사용되면서 출산 결정에 대한 여성의 통제권이 증가한 것도 출산율 저하에 기여했다.

인구 감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구가 감소한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삶이 반드시 악화하는 것도 아니다. 인구 소멸 운운하는 사람들은 노동력이 감소해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을 과도하게 염려하는 성장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또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 복지비용 증가를 가져와 성장에 저해가 될 것을 염려한다.

그렇지만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가 아니라 인간(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인 기후 변화는 지구의 한계를 넘어선 과도한 자원 사용 때문이다. 인구 감소는 생태 발자국을 줄여 기후 위기 대응과 생태 다양성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구 감소는 여성이나 소수자 그룹에 경제적 기회를 늘려주고, 미숙련 노동자의 임금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저개발국 사람에게 더 나은 취업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들은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0.78명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일찍이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조차 합계출산율이 1.3명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왜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을까?

경제성장 이외에 인구 정책의 실패가 하나의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가족계획사업이란 이름으로 저출산을 장려하였다. 1970년대 정부는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피임 시술의 무료 보급, 인공 임신 중절의 허용, 세금 감면 등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을 실시하였다.

1980년대 들어와 전두환 군사정권은 예비군 훈련 중 정관 수술을 하면 잔여 훈련 시간을 면제해주고, 셋째 아이부터는 건강보험도 적용하지 않고, 공무원의 경우에는 가족 수당도 주지 않는 폭압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하였다. 다자녀는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죄악시되었다. 심지어 1983년에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마지노선인 2.1명을 밑돌 게 되었는데도 1996년에야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하였다.
  
 인왕산에 오른 시민들이 빌딩이 가득한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다. 2021.9.11
ⓒ 권우성
재벌공화국, 서울공화국의 폐해

우리나라의 극단적인 저출산율은 단순히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도성장의 질이 좋지 않다. 정부의 불균형 성장 정책은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세계 유례없는 수도권 집중을 가져왔고, 불평등도가 세계에서 손꼽는 수준으로 높은 나라가 되었다.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몰려오지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누릴 수 있는 반듯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천정부지로 오른 주거비로 몸뚱이 하나 편하게 쉴 공간조차 마련하기 어렵다. 학력 간, 직종 간, 기업 간 임금 격차가 심하고 노동자의 절반은 비정규직이니, 부모들은 어떻게 하든 자식들을 대학으로 보내야 하고 그것도 좋은 대학으로 보내야 하니 엄청난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 결혼은 생각도 못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결혼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수 없다. 자식을 낳아서 잘 기를 자신이 도저히 없는 부모들을 이기적이라고 탓할 수 없다. 출산과 육아의 부담이 여성에게 편중되고, 그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 단절도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출산장려금과 양육 수당을 주고, 세금 혜택을 주고, 아동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출산 휴가를 확대하고, 공공주택 우선 분양권을 줄 테니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엉터리 통계로 여론을 호도해서도 안 된다. 언론들이 지난 16년간 출산 정책에 280조 원을 사용했지만 합계출산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신생아 수는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으니 '백약이 무효다'라고 야단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80조 원 가운데 실제로 가족이나 출산과 관련된 예산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21년 중앙정부의 저출산 예산 43조 원 중에서 양육·보육·가족복지 등 저출산과 직접 관련이 있는 예산은 약 14조 원으로 32.5%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부동산 관련 임대, 융자 사업이 25조 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그 외에 그린스마트스쿨 조성(낙후 지역 학교 리모델링 사업) 1조 8294억 원, 청년내일채움공제지원 1조 3천억 원, 디지털 분야 인재 양성 3248억 원 등도 저출산 예산에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저출산으로 입대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첨단무기 도입을 늘려야 한다고 987억 원을 넣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인구정책의 전망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국내 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12.2%로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프랑스(31%)와 독일(25.9%)의 절반 이하이다. 특히 가족 관련 지출은 2018년 기준 1.2%로 프랑스(2.9%)와 독일(2.3%)의 절반 수준이거나 그 이하이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에 진정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공공사회복지 지출 그 가운데서 출산과 직접 관련이 있는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렇지만 예산을 늘린다고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다. 다만 감소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인구 감소를 재앙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리모델링하는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사회학 교수 왕펑(Wang Feng)은 지난 1월 30일 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지난 시기 인구 증가 패닉이 잘못된 산아제한 정책을 가져왔듯이 출산율을 높이려는 헛된 노력은 여성을 출산 기구로 보는 위험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경고하였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내 삶이 행복하지 못해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결혼하고 출산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핵심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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