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증거 남기려"...딸 친구 SNS 뒤진 강원 원주시장 부인
자녀 친구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무단 접속해 대화 내용을 보고 이를 외부에 공개한 혐의를 받는 강원 원주시장 배우자에 대해 검찰이 재판부에 벌금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4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원강수 원주시장 배우자 A씨(48)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2021년 11월 말 자녀 컴퓨터에 접속돼 있는 자녀 친구 B씨의 SNS 계정으로 그가 대화방에서 자녀와 자신 가족을 험담한 사실을 확인했다. B씨는 대화방에서 A씨 가족의 연락처도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해당 대화방 내용을 캡처해 출력 후 학교 측에 제출해 비밀 침해와 누설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A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A씨 측은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직권으로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A씨 측이 자녀 친구의 SNS 계정을 여러 번 침입했다는 혐의도 병합해 지난해 11월 공소장에 반영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이날 결심공판 최종 변론에서 “자기 집에 있는 피고인의 딸 노트북을 통해 이미 입력된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자녀 친구의 페이스북에 자동 접속한 것으로 범죄의 고의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딸의 학폭 피해 증거를 사진으로 찍어 확보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도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자녀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책임성·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절로 로그인됐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고 학폭 피해로부터 내 아이의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6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18일 강원도교육행정심판위원회(위원회)는 앞서 강원원주교육지원청이 A씨 자녀 친구에게 상호 서면 사과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이를 취소하라는 재결 판단을 내렸다.
당시 위원회는 “자녀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적 발언이 있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자녀가 이를 인식할 수 없어 어떠한 피해나 고통을 입을 가능성이 없었다면 이를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 취지를 고려할 때 자녀 친구의 행동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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