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연진이가 이겼어” PD 학폭에 빛바랜 세계 1위

이강민 2023. 3. 1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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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 2가 미국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드라마를 연출한 안길호 PD의 과거 학교폭력(학폭) 논란 위에 수립한 '1위 타이틀'은 결국 국내 시청자들의 마음만 복잡하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학폭 가해자가 학폭 실태로 드라마를 제작해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모순이 발생했다"며 불편한 마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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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파트2 넷플릭스 TV 부문 세계 1위
PD 학폭 인정·사과했지만 시청자들 복잡한 표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극중 인물 문동은(배우 송혜교·사진)에게 투사한 한국 드라마다. 사진은 학폭으로 몸에 남은 상처를 드러내 보이는 문동은. 넷플릭스 제공

한국 드라마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 2가 미국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드라마를 연출한 안길호 PD의 과거 학교폭력(학폭) 논란 위에 수립한 ‘1위 타이틀’은 결국 국내 시청자들의 마음만 복잡하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학폭 가해자가 학폭 실태로 드라마를 제작해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모순이 발생했다”며 불편한 마음을 토로했다.

14일 OTT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유럽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더 글로리’는 현지시간으로 13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지난 10일 파트 2를 공개한 지 사흘 만의 일이다. 이 드라마는 이미 공개 하루 만인 지난 11일 26개국에서 1위에 올라 세계 3위에서 출발했다.

국가별로는 한국, 일본, 홍콩, 대만,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멕시코, 브라질, 칠레, 페루, 모로코를 포함해 38개국에서 ‘더 글로리’는 1위를 차지했다. 유럽과 북미를 포함해 ‘K-콘텐츠’ 소비가 많은 국가에서도 2~3위다. 이들 국가의 시청 횟수가 늘어나면 ‘더 글로리’ 파트 2의 세계 1위는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안 PD의 학폭 논란을 인지하고 있는 국내 넷플릭스 구독자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드라마를 시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더 글로리의 인기가 안 PD의 학폭 전력을 가려 안타깝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익명의 작성자는 “모든 곳에서 다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더 글로리에 관한 글을 수십개 씩 올린다. 그동안 다른 논란작들을 불매하던 것과 온도 차이가 있다”며 “’현타’(허무한 마음)가 온다”고 지적했다.

이 글 아래에 달린 댓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드라마 속 가해자를 비난하고 현실의 가해자(안 PD)를 응원하는 모순” “드라마가 학폭 가해자들에게 위로를 주는 내용이긴 한가 싶다” “현실은 연진이들이 이기는 세계관”이라는 의견이 덧붙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학폭은 묻히고 학폭 드라마는 승승장구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14일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더 글로리’를 연출한 안길호 PD의 과거 학교폭력을 지적하며 불편한 마음을 토로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시청자들의 이런 반응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안 PD가 피해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제작한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모순적 상황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안 PD의 필리핀 유학 시절 학폭 의혹은 ‘더 글로리’ 파트 2가 공개된 지난 10일에 인터넷상에서 제기됐다. 의혹을 부인했던 안 PD는 결국 이틀 만인 지난 12일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주인공 문동은에게 투사한 드라마다. 배우 송혜교와 아역으로 정지소가 문동은을 연기했다. 학폭 피해자인 문동은이 성인으로 자라 박연진(배우 임지연)을 포함한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그렸다. 가해자에게 직접적으로 죗값을 치르게 한 통쾌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정작 연출자가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시청자들의 실망을 일으켰다.

‘더 글로리’의 열성 팬덤 중 일부는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력에 호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 PD의 학폭 전력을 폭로한 피해자에게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를 놓고 ‘선택적 정의’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익명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안 PD의 학폭 논란보다 ‘더 글로리’의 흥행으로 모아진 관심을 지적하며 “이래서 선택적 정의구현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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