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오타니'에게 좁은 WBC 

이형석 2023. 3. 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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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EPA=연합뉴스

일본의 '슈퍼 스타'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에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는 너무 좁은 무대였다. 

일본은 지난 12일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호주와의 최종전에서 7-1로 승리, 4전 전승으로 1라운드를 마감했다. 총 4경기에서 38득점-8실점을 기록, 투타 모두 한 수 위의 전력을 자랑하며 8강 티켓을 가뿐히 거머쥐었다. 

일본 대표팀의 중심에는 오타니가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에서 투타 겸업을 하며 최고 스타로 떠오른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중국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단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 시속은 161㎞였다. 

'타자 오타니'의 활약은 더욱 대단했다. 매 경기 안타와 타점 볼넷을 추가했다. 오타니는 4경기에서 타율 0.500(12타수 6안타) 8타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볼넷을 7차례 골라 출루율이 0.684로 높다. 안타의 절반 이상이 장타(2루타 3개, 홈런 1개)였다. 출루율과 장타율(1.000)을 합한 OPS는 1.684다. 

오타니는 2021년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 출신이다. 지난해엔 MLB 사상 최초로 규정이닝과 규정타석을 동시 달성했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투타 재능으로 전 세계 야구팬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팀 별 전력 격차가 심한 WBC 1라운드에서 오타니는 매 경기 맹활약했다. 
<yonhap photo-4090=""> 오타니가 12일 호주전에서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AFP=연합뉴스</yonhap>

12일 호주전 1회에는 비거리 136.5m(MLB닷컴 기준)의 초대형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8년 만에 일본 대표팀에 승선한 오타니의 WBC 대회 첫 홈런. 도쿄돔은 일본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오타니는 지난 6일 한신 타이거스와 평가전에서 홈런 2개를 뽑았는데 첫 홈런은 일명 '무릎쏴' 자세로 기록했고, 두 번째 홈런은 배트가 부러진 가운데 쏘아 올렸다. 오타니의 힘과 기술에 상대 감독과 투수, 팀 동료까지 모두 감탄했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건 7개나 얻은 볼넷이다.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도 욕심내지 않고, 좋은 공이 들어오지 않으면 참고 기다린다. 그러다가 볼넷을 얻어 출루한다. 오타니의 존재감에 상대가 어렵게 승부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한국은 지난 10일 일본전 3-2로 앞선 3회 말 무사 2, 3루에서 오타니 타석 때 자동고의사구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일본은 1~2번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곤도 겐스케(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출루율 0.579, 0.600으로 좋은 모습이다. 3번·지명타자로 고정된 오타니가 해결사를 맡고, 때로는 찬스 메이커 역할도 한다. 지난해 일본인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 신기록을 작성한 4번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가 장타 없이 타율 0.143으로 부진해, 일본으로선 오타니의 활약이 더없이 반갑다. 

오타니는 지난 11일 체코전서 상대 선발 온들레이 사토리아의 시속 114~116㎞ 체인지업과 126㎞ 포심 패스트볼의 느린 공에 3구 삼진을 당했다. 파벨 하딤 체코 감독은 "오타니 쇼헤이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안타를 쳤는지 알 수 없다. 그에게 삼진을 뺏은 건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오는 16일 도쿄돔에서 이탈리아와 4강 진출을 놓고 다툰다. 이 경기에 오타니가 선발 등판 예정이다. 필 네빈 에인절스 "오타니는 8강전에서 투구할 예정이다. 준결승이나 결승전에 등판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MLB 개막전 선발 등판 일정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타자 오타니'는 이번 대회 끝까지 정상 가동한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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