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섬 마을 사역 서로 보듬은 지 20년”

박용미 2023. 3. 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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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진도항에서 배로 40분 이상 들어가면 조도군도를 만날 수 있다.

"망망대해에서 배 엔진이 고장 나고, 코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한 일은 부지기수죠. 그런데 작은 섬에서 우리 부부를 기다리는 서너 명의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가지 않을 수가 없어요. 우리 덕에 한 명이라도 하나님을 알게 된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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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조도면 8개 교회 사모들 ‘조도 사모 기도회’ 구성하고 동역
연합 교회학교 세우는 등 ‘사모들의 힘’ 보여줘
‘조도 사모 기도회’ 회원들이 14일 전남 진도군 조도중앙교회에서 기도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혜 김혜영 이제라 강미자 이용자 김추향 엄순옥 김영숙 사모. 조도 사모 기도회 제공

전남 진도군 진도항에서 배로 40분 이상 들어가면 조도군도를 만날 수 있다. 작은 섬 150여개가 새 떼처럼 흩어져 있다고 해서 ‘조도(鳥島)’라는 이름이 붙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다도해지만 인구는 2000명 남짓, 겨울에는 오후 5시만 되면 배가 끊기는 외로운 곳이다. 이곳에도 한 영혼을 사랑하는 교회들이 둥지를 튼 가운데, 상조도와 하조도 인근 8개 교회 사모들이 모인 ‘조도 사모 기도회’는 올해로 20년째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낙도 선교의 사명을 이어가고 있다.

‘조도 사모 기도회’는 2001년 이곳에 부임한 강미자(65) 조도중앙교회 사모로부터 출발했다.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모들이 속마음을 터놓고 하나님께 매달리자는 취지였다. 강 사모 외에 김영숙(상조도순복음교회) 김성혜(상조도침례교회) 이용자(옥도교회) 김추향(조도순복음교회) 엄순옥(곤우교회) 이제라(화평낙도선교센터) 김혜영(나배도교회) 사모가 기도회 구성원이다.

강 사모는 14일 “사모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목회 어려움에서부터 남편과 자녀 걱정까지 터놓고 기도한 것이 벌써 20년”이라며 “사모들이 먼저 친해지니 남편들도 자연스럽게 깊이 교제하게 됐다. 내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교회들 사이가 데면데면했는데 지금은 서로 친밀하게 동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딴 섬마을 사역은 누가 달래줄 수도 없는 고된 일이다. 남편이 사례비를 받을 수 없으니 사모들은 아이 돌보미나 방과후학교 교사 등의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수시로 섬을 덮치는 태풍은 교회와 사택을 망가뜨렸고 열악한 교육 환경상 자녀들은 뭍으로 나가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했다. 섬엔 병원도 없이 보건소 하나만 있어 아픈 걸 참는 일도 다반사다. 선교선을 타고 교회가 없는 외딴 섬을 찾아 복음을 전하는 이제라(54) 사모는 바다의 무서움도 수없이 겪었다.

“망망대해에서 배 엔진이 고장 나고, 코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한 일은 부지기수죠. 그런데 작은 섬에서 우리 부부를 기다리는 서너 명의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가지 않을 수가 없어요. 우리 덕에 한 명이라도 하나님을 알게 된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런 험한 사역 속에서도 사모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기보다 행복을 고백했다. 낙도를 특별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도의 사람이라 불리는 조지 뮬러 부럽지 않은 기도 응답을 많이 받았어요. 우리 사모님들 사택 부엌이 너무 낡아서 고쳐달라고 기도했더니 도시에서 후원자들을 붙여주셨고요, 대학 등록금이 없어 걱정이었던 자녀가 장학금을 받은 일, 태풍으로 무너진 종탑을 다시 세운 일 등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죠.”(강 사모)

'조도 사모 기도회' 회원들이 지난해 전남 진도군 조도중앙교회에서 '조아조아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도 사모 기도회 제공

사모들의 동역은 기도회에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세대를 위해 힘을 합친 것이다. 8개 교회 중 교회학교가 있는 교회는 3곳뿐이었는데, 함께 예배드리며 시너지 효과를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모였다. 그 결과 ‘조아조아 주일학교’라는 이름으로 매 주일 연합 교회학교가 열리고 있다.

김성혜(45) 사모는 “교회별로 교회학교를 할 때는 사모가 찬양과 기도, 성경 공부 진행까지 해야 했다. 그런데 연합으로 모이니 8명의 사모가 각자 잘하는 분야를 맡아 더 전문성 있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됐다”며 “아이들도 친구들이 많이 생겨 좋아한다. 처음부터 이런 사역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도 사모 기도회’는 오는 20일 전남 목포사랑의교회(백동조 목사)에서 20주년 기념 예배를 드린다. 지난 20년간 조도에서 사역하며 모임을 거쳐 갔던 사모들이 모두 모일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사모들은 복음화율이 10%에 불과한 조도면에 복음이 파도처럼 넘치는 날을 꿈꾸고 있다.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다른 사모들이 내것 네것을 내려놓고 지금까지 맞춰온 것이 하나님의 은혜죠. 앞으로도 이 기도회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낙도 성도들을 섬기는 모임이 되길 바랍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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