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시스템, 비인간적이라고? 침략 역사와 IMF 위기까지 나온 BTS RM의 대단한 답변

라효진 2023. 3. 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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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시아 위주로 불었던 한류(韓流) 바람은 이제 모든 산업 분야에 'K(Korea)'라는 수식어를 허용할 정도로 거대한 태풍이 됐습니다. K-팝을 시작으로 K-드라마, K-영화, K-뷰티, K-간식까지 'Made in Korea'가 세계에서 통하는 품질 보증서라는 사실은 대단한 애국자가 아니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죠. 특히 문화 분야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매우 커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흐름은 21세기판 '한강의 기적'입니다. 민족성이란 개념을 발명품으로 보는 학자들도 적지 않지만, 한국 사람들이 발전에 대한 집단적 욕구가 있다는 건 역사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는 부작용이 한국 사회의 상당 부분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고요. 갑자기 찾아 온 이 '현상'을 향한 전 세계의 관심에 선망, 호기심, 질투가 섞여 있는 건 당연합니다.

'K' 수식어의 선봉에 서 있는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은 최근 스페인 언론 EL Pais와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둔 'K-아이돌'인 터라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문화적 특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죠. 대부분 한국의 완벽주의적 특성이나 생존 경쟁 체제가 K-팝의 성공 요인임을 전제한 듯한 말들이었습니다.

일정 부분 맞는 소리라고 해서 무례하지 않은 건 아니죠. 하지만 RM의 답변은 그야말로 놀라웠습니다. 이를테면 인터뷰어가 신보 중 '내가 더 인간적이었던 9살 때로 돌아가' 같은 가사들을 예로 들며 "K-팝의 엄청난 성공이 아티스트를 비인간화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했을 때, RM은 이를 부분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그렇게 인정했을 때의 언론 반응도 예측했죠. RM이 마치 '그건 끔찍한 시스템이고, 젊은이들을 파괴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보도될 거라면서요. 하지만 RM이 인정한 건 희생적으로 보일 만큼의 자기 투자와 완벽주의 등이 K-아이돌 산업을 특별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라는 점도 포함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연습생 경력을 시작하고 20대를 그룹에 전부 쏟아 붓는 것이 K-팝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이제 많은 부분에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죠.

이어 'K'라는 수식어가 지겹지 않냐는 이야기도 나왔네요. RM은 "스포티파이가 우리 모두를 K-팝이라 부르는 게 질릴 수도 있지만, 그건 프리미엄 라벨"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한국의 선구자들이 여러 방면에서 싸워서 쟁취한 '품질 보증'이야말로 'K'라는 수식어라는 것이죠.

또 인터뷰어는 K-팝이 젊음과 완벽을 숭배하고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이 한국의 문화적 특질이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한 RM의 답변은 가히 걸작이었어요. 우선 그는 "서구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운을 뗀 뒤 "한국은 침략당하고, 황폐해지고, 둘로 분단된 나라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나라였다. IMF와 UN의 도움을 받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한다. 어떻게 가능했을까?"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RM은 "사람들이 발전하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했기 때문"이라면서 "프랑스나 영국처럼 수 세기 동안 타국을 식민 지배했던 국가의 사람들이 와서 '저런, 당신들은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는 것 같다. 한국에서의 삶은 너무 스트레스가 심하다'라고 한다니"라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 해 내기 위해선 그것들(완벽주의나 향상심, 경쟁)이 필요하다. 그게 K-팝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라고 밝힌 RM은 "원래 너무 빠르고 격렬하게 일어나는 일에는 부작용이 있는 법"이라고 짚었습니다. K-팝의 성공 이후 일부 서구권에서 보였던 선민의식 가득한 시각을 우아하게 꼬집은 건데요. 침략자의 역사를 가진, 그러니까 생존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 본 역사가 거의 없는 국가들이 근현대를 '생존' 하나만 보며 버텨 온 한국의 특징에 입을 댄 꼴이니까요. RM의 이 완벽한 답변 앞에서, 우리는 통쾌함과 함께 부작용들을 개선할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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