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파괴한 미사일 발사…한·미 애먹이는 北 도발 노림수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 기간 이틀 만에 미사일을 다시 쏘면서 전례 없는 지역을 발사 장소로 골랐다. 유사시 발사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군 당국의 킬 체인을 의식한 행보로 발사 방식에 잇따라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오전 7시 41분부터 7시 51분까지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은 약 620㎞를 비행하며 북한 전역을 통과한 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 동해 공해상에 떨어졌다. 이날 오전 미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과 RC-135U 컴뱃센트가 한반도에 출격해 북한 미사일을 추적했다.
미사일 종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21년 1월 열병식에서 KN-23 개량형을 공개한 뒤 수시로 시험발사를 진행해왔다.
이번 발사에서 눈에 띄는 건 장소다. 북한이 장연이라는 지역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의 감시가 소홀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을 골라 기습 발사 능력을 시험해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발사 방식을 다변화하려는 시도 중 하나로 읽힌다. 전날(13일) 시작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프리덤실드’(FS·Freedom Shield)를 계기로 대북 억제력을 과시하는 한·미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9일 남포에서 서해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을 6발 발사한 바 있다. 내륙 호수 중앙 지점에 이동식발사대(TEL)를 밀집해 놓은 뒤 낮은 고도로 발사해 군 당국은 탐지에 애를 먹었다. 당시 군 안팎에선 북한이 이례적인 발사 방식으로 혼선을 유발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무기체계를 밀집시켜서 발사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연합연습을 염두에 두고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처음으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쏘기도 했다.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쏜 게 북한 입장에서 전략적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공격 수단을 다양화하는 것 자체만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 다수의 수중 발사 플랫폼까지 활용해 동시다발로 섞어쏘기에 나설 경우 징후 포착과 원점 타격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는 북한이 군 당국의 3축 체계 중 ‘킬 체인’(Kill Chain)을 의식하면서 미사일 운용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 정부는 사이버 공격, 전자기탄(EMP) 등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 전 교란을 일으키는 '레프트 오브 런치'(Left of Launch) 개념을 적극 반영해 킬 체인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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