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진단검사' 학교별 결과공개 논란…교육청들 ‘난색’
서울 초중고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조례안을 두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물론 보수 성향 시도교육청들까지 성적 공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회, “진단검사 결과 공개 학교에는 포상”
서울시의회는 지난 10일 ‘서울시 기초 학력보장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조례는 교육감이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를 공개할 수 있고, 진단검사 시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그 결과를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학교장은 기초학력 진단검사 시행 일자, 과목, 응시자 수 등을 학교 운영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교육감은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학교에 포상할 수 있게 했다.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라 각 학교는 지필평가나 관찰, 면담 등 방법으로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을 선별해야 하지만 그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례안을 발의한 서울교육학력향상특별위원회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습 결손이 커진 상황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력향상특위는국민의힘 의원 10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으로 이뤄졌다.
반면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 교육시민단체는 “일제고사 부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평가로 치르고 결과를 공개했는데, 학교 간 줄 세우기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공부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는 일제고사식 진단평가를 강제한다”며 “최근 학원가와 서점가, 인터넷 학습지 시장에서 학기 초 진단평가의 열풍이 불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경기·강원도 “성적 공개 우려”
다른 지역에서도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결과 공개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전수 시행하고 있는 부산시교육청도 결과 공개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성적을 공개하는 게 학력 향상과는 관계가 없다”며 “이번 조례안이 부산이나 다른 시도에도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수평가를 추진 중인 강원도교육청도 학교별 성적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강원도교육청은 평가를 제한하도록 한 전교조 강원지부와의 단체협약 갱신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 평가에 참여하고 있는데 학교별 기초학력 미도달률을 공개하면 학교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교별 결과를 공개하면 평가의 본래 목적보다 다른 정치적 목적에 이용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기초학력 저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논의는 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례가 상위 법령을 위반하는지를 검토해 재의 요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교육감은 교육 관련 시도의회 의결 내용이 법령에 위배되거나 공익을 저해할 때 20일 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상위법인 시행령에서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의 공개범위가 명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주 조례안이 넘어오면 본격적으로 검토해서 재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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