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만 뛴 선수가 이탈리아 대표로? 공격수 가뭄 심각한 '아주리'의 고민

김정용 기자 2023. 3. 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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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 태어난 축구선수가 다른 나라의 대표로 데뷔하는 경우는 많지만, 보통 해당 나라의 프로 리그에서 뛰며 인정 받은 경우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아르헨티나에서만 살아 본 선수를 대표로 선발하려 한다.

아르헨티나 청소년 대표로 소집된 적은 있지만 A대표팀과는 아직 인연이 없는데, 이탈리아가 이 선수의 뿌리에 주목했다.

레테기는 아르헨티나 산페르난도 태생으로 외국에서 뛴 적 없는 선수지만 혈통에 따라 이탈리아 대표 선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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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레테기(티그레).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남미에서 태어난 축구선수가 다른 나라의 대표로 데뷔하는 경우는 많지만, 보통 해당 나라의 프로 리그에서 뛰며 인정 받은 경우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아르헨티나에서만 살아 본 선수를 대표로 선발하려 한다.


마테오 레테기가 이탈리아의 3월 A매치 선수단에 선발될 예정이다. 유망주 나이를 갓 벗어난 24세 공격수다. 아르헨티나 명문 보카주니어스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임대를 전전했는데, 두 번째 임대팀이었던 티그레에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리그 40경기 22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을 차지했고, 이번 시즌도 7경기 6골로 득점 선두다. 186cm 좋은 체격, 제때 수비 배후로 파고드는 움직임, 오른발과 왼발을 가리지 않는 시원한 슛 등 공격수로서 다양한 위력을 겸비한 선수다.


아르헨티나 청소년 대표로 소집된 적은 있지만 A대표팀과는 아직 인연이 없는데, 이탈리아가 이 선수의 뿌리에 주목했다. 레테기는 아르헨티나 산페르난도 태생으로 외국에서 뛴 적 없는 선수지만 혈통에 따라 이탈리아 대표 선발이 가능하다. 이 선수의 잠재력을 눈여겨 본 이탈리아의 전설적 선수 출신 에이전트 프란체스코 토티가 계약을 맺어뒀기 때문에 접근도 용이했다.


이탈리아 매체에서 선임 전망이 쏟아지자, 선수의 아버지 카를로스 레테기가 '가체타 델로 스포르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카를로스는 필드 하키 선수로서 올림픽에 세 번 참가했고 대표팀 지도자로도 생활한 체육인이다.


카를로스는 아들에 대해 "외할아버지 안젤로 디마르코가 이탈리아 카니카티 지방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해왔기 때문에 이탈리아 여권이 있다. 아들은 기대에 차 있다. 유럽 챔피언 팀의 부름을 받는다는 건 큰 영광이 될 것이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럽 진출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마테오가 힘과 스피드를 겸비했다며 크리스티안 비에리, 마르코 판바스턴,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을 보고 자랐으며 현역 스타 중에는 엘링 홀란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 그만큼 공격수가 없으니까… 지푸라기 잡아보는 만치니 감독


로베르토 만치니 이탈리아 감독은 최근 'DAZN'과 가진 인터뷰에서 레테기를 선발할 생각이라고 인정했다. 만치니 감독은 "레테기를 한동안 관찰했다. 2시즌 동안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주전으로 뛰었다. 지금 우리 팀이 갖지 못한 능력을 그가 지녔다. 거절할 줄 알았는데 승낙하기에 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계 이민자가 대대로 많았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태생 중 이탈리아 대표로 뛰는 선수가 흔하다. 이탈리아계 외국인을 오리운디(oriundi) 즉 재외동포라고 부르는데, 주로 남미에서 태어난 오리운디가 이탈리아 대표팀에 합류하곤 한다. 1930년대에 아르헨티나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이탈리아로 합류해 1934년 월드컵 우승멤버가 되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에는 2006 독일 월드컵 우승 멤버인 아르헨티나 태생 마우로 카모라네시, 유로 2020 우승 멤버 브라질 태생 조르지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사례는 모두 대표로 발탁되기 전 이미 유럽으로 진출해 빅 리그 경쟁력을 검증받은 선수들이었다. 레테기는 선배들과 달리 빅 리그에 진출하지도 못한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치니 감독이 선발을 결정한 건 그만큼 스트라이커 기근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2선 자원은 그나마 있는데 공격수가 문제다. 유로 2020 우승 멤버 치로 임모빌레는 중요한 경기에서 침묵하는 성향이 심한데다 어느덧 33세라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임모빌레의 후보였던 안드레아 벨로티는 경쟁력이 더 떨어져 있다. 큰 기대를 받은 유망주 자코모 라스파도리, 잔루카 스카마카, 모이스 킨 등은 각자 사정이 다르지만 모두 소속팀에서 후보로 전락했다. 안드레아 피나몬티의 성장도 너무 느리다.


만치니 감독이 직접 "라스파도리가 대표팀에 중요한 선수지만 나폴리에서 많이 뛰지 못하고 있다. 스카마카 역시 부상을 겪으며 많이 뛰지 못했다. 경기에 출장할 때만 성장할 수 있는 법이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밝혔을 정도다.


그래서 만치니 감독은 하부 리그와 중소 리그까지 눈을 돌렸다. 이미 스위스 리그에서 뛰던 윌프레드 뇬토를 깜짝 선발한 바 있다. 뇬토는 대표팀에서 골을 넣고 자신감을 찾더니 잉글랜드의 리즈유나이티드로 이적해 준수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멀긴 하지만, 뇬토와 비슷한 케이스로 분류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주목하기 전에 레테기를 선점해 두고, 유럽 A매치에 출전시켜 빅 리그 진출을 도우며, 이후 대형 스트라이커로 성장시킨다는 복안이 있는 듯 보인다.


이탈리아는 3월 24일(한국시간) 잉글랜드와 홈 경기를 갖는다. 장소는 김민재의 홈 구장이기도 한 나폴리의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다. 이어 27일에는 몰타 원정을 치른다. 두 경기 모두 유로 2024 예선이다. 이탈리아는 예선 C조에 잉글랜드, 우크라이나, 북마케도니아, 몰타와 함께 편성돼 있다. 조 2위까지 본선에 진출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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