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종사자 28% "폐 이상소견"...교육부 개선대책 내놨다
학교 급식 종사자 10명 중 3명이 폐 결절 등 이상소견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종사자도 31명으로 나타났다. 급식종사자들이 '안전한 조리실'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업무 환경 개선 대책을 내놨다.
급식 종사자 28.8% 결절·폐암 의심 등 이상소견
교육부는 14일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의 중간결과를 공개했다. 서울·경기·충북교육청을 제외한 14개 시·도교육청 급식 종사자 2만4065명을 검진한 결과다.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으로 검진된 종사자는 139명(0.58%)였으며, 이 중 31명(0.13%)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성결절·경계성결절 등 이상소견을 보인 종사자도 6773명(28.2%)이었다.
비슷한 연령대 여성의 암 유병률과 비교해도, 급식 종사자 유병률이 더 높다. 보건복지부의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급식 종사자 유병률은 인구 10만명 당 135.1명으로 45~64세 여성인구의 유병률(122.3명)보다 1.1배 높았다.
서울·경기·충북교육청의 검진까지 완료되면 이상 소견이 나타난 급식 종사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개 시·도교육청 급식 종사자 4만2077명의 폐 검진 결과를 공개했는데, 수검자 중 32.4%인 1만3653명이 이상소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 의심’ 종사자도 338명에 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경기·충북교육청은 최종 검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오는 5월까지 검진을 완료해 전문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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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조리실 환경 개선·튀김요리 최소화
2021년 2월 근로복지공단이 폐암으로 숨진 급식 종사자의 산업재해를 처음으로 인정한 뒤 고용노동부는 55세 이상이거나 급식 업무를 10년 이상 한 종사자에게 저선량 폐 CT 촬영을 하라는 내용의 폐암 건강진단 기준을 마련했다. 음식을 튀기고 볶을 때 나오는 발암물질인 ‘조리흄(cooking oil fume·음식 조리시 나오는 유독 증기)에 장시간 노출되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급식 종사자 건강검진 후속 조치로 폐암 확진자에게 산재 신청 방법을 안내하고 병가, 휴직 등 복무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폐암 확진자가 아닌 이상 소견 종사자라도 필요한 경우 검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업무 환경도 개선하기로 했다. 급식조리실 환기 설비 개선이 필요한 학교에 1억원씩 총 1799억원을 지원하고, 환기 설비 설치·유지관리 기준도 학교급식실 환경에 맞게 바꾼다. 조리흄을 유발하는 요리는 오븐 사용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튀김류는 주 2회 이하로 최소화하고 구이·찜 등으로 대체하는 등 조리방법·식단 변경도 지원할 방침이다.
“실질적 대책 없다, 죽음의 급식실 방치”
학비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의 노력으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상급식이라는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이는 급식을 만들다 구부러진 학교 급식 노동자의 손가락과 화상으로 얼룩진 피부, 폐 속에 자라난 암세포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열악한 급식실 환경 때문에 신규 채용이 어려워 일선 학교에서는 대체인력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대책에 대해서도 “인원 충원 등 실질적인 대책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며 “학교 급식실에 적정인원을 충원하고 환기 시설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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