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저작권 논란’ 반복…출판계에 필요한 ‘정당한 권리’ 논의

장수정 2023. 3. 14. 11: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별세
생전 호소했던 ‘검정고무신’ 저작권 문제 재조명

하나의 콘텐츠가 국경을 넘나들며 사랑을 받기도 하고,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한층 폭넓게 사랑을 받기도 한다.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창작자들의 정당한 권리에 대해서도 새롭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까지도 ‘검정고무신’ 캐릭터 저작권 둘러싼 갈등을 이어오던 이우영 작가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출판계에서도 관련 논의들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KBS

지난 12일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작가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이 작가의 사망 이후, ‘검정고무신’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가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다. 유족들이 “이 작가가 최근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까지도 이 작가가 ‘검정고무신’의 캐릭터 저작권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 작가는 지난해 애니메이션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개봉을 앞두고 캐릭터 대행회사 형설이 자신의 허락 없이 2차 저작물을 만들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불과 4일 전에도 유튜브 댓글 통해 한 치킨 브랜드에 ‘검정고무신’ 그림이 삽입된 것에 대해 “치킨 브랜드에 문의하니 캐릭터 대행회사 측에서 아무 문제없다고, 캐릭터 계약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시 책임지겠다고 해서 계약을 했다고 메일을 보내오셨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었다.


형설 측도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논란 당시 형설 측은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우영 작가의 말은 허위 주장”이라며 “원작자(이영일,이우영)와의 사업권 계약에 따라 파생 저작물 및 그에 따른 모든 이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 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비단 ‘검정고무신’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는 ‘구름빵’ 흥행 이후 백희나 작가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었다. 2004년 출간된 이 책은 첫 출간 후 40여만 부가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캐릭터 상품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신인이던 백 작가가 2차 콘텐츠 등 모든 저작권을 출판사에 일괄 양도하는 ‘매절’ 계약을 맺었고, 백 작가는 약 1800여 만 원의 수익 밖에 정산을 받지 못했었다. 이에 백 작가는 2017년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걸었고, 결국 패소했다.


이 외에도 지난 2020년 국내 대표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이상문학상 수상자들이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해야 하는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을 거부하고 나선 바 있으며, 최근에도 장편소설 ‘아몬드’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 원작자 손원평 작가와 상의 없이 진행된 바 있다. 저작권 중개를 맡은 창비는 이 사실을 알고도 손 작가에게 뒤늦게 전달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물론 ‘검정고무신’ 캐릭터 저작권에 대한 형설 측의 주장처럼, 계약상의 문제는 없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백 작가가 맺은 매절 계약 등은 출판계의 ‘관행’이었으며, 이에 지금의 시선에서 과거 계약을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다만 창작자들의 억울함이 계속되는 만큼, 그 계약이 공정하게 이뤄졌는지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 영향력이 커지고 이에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수익을 증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작자들의 권리 보장을 통해 꾸준히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멀리 봤을 때 가능성을 넓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창작자이면서 또 개인 단위인 작가를 향한 존중이 있다면 추후 억울한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불공정 계약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사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점차 안일해지고, 이에 창작자들의 창작 환경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흥행 콘텐츠 제작조차 이뤄지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몬드’의 손 작가 또한 논란 당시 민새롬 연출과 창비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면서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희미하고 불건강하게 자리 잡는 일에 방관하며 창작자의 영혼이 아무렇지도 않게 증발하는데 일조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리게 됐다”고 말했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