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열쇠 받으려 사채도 썼는데”…입주중단에 개포자이 입주민들 ‘날벼락’
단지 내 유치원·조합 소송전 때문
400가구 열쇠 불출로 이삿짐 못풀어
13일 오후 2시 방문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단지. 이삿짐 차량과 입주지원센터를 찾는 입주예정자들로 북적여야 할 단지는 썰렁했다. 단지 내 입주지원센터의 문도 굳게 닫혀있었다. 문에는 입주 중단을 알리는 공고문만 덩그러니 붙어있었다. 서울행정법원 결정에 따라 3월24일까지 '임시방문, 잔금납부, 키불출이 불가하다'는 글씨가 눈에 띄었다.
강남구청은 지난 10일 개포4단지 재건축 조합에 입주를 중지하라는 이행 명령을 내렸다. 재건축 전부터 단지 안에 있던 어린이집과 조합 간의 소송 때문이다. 어린이집 소유주는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에 24일까지 준공인가 처분 효력 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개포자이는 부분 준공 인가를 받아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8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이날부터 입주가 중지되면서 오는 24일까지 입주가 예정됐던 400가구가 이삿짐을 풀지 못하게 됐다. 양측 갈등이 계속될 경우, 이들을 포함해 미입주 2500여 가구의 입주가 줄줄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이사를 앞둔 입주민들은 갑작스런 입주 중단에 직격탄을 맞았다. 2주 후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에 입주 예정이라는 입주민 A씨는 “이사 날짜를 변경하면 입주 청소부터 가구 배달까지 모두 다 연기해야 한다”며 “당장 이전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이삿짐센터가 성수기라 당장 짐을 보관할 곳도 없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가뜩이나 소송으로 입주가 1년 밀리면서 대출받아 중도금을 내는 기간도 늘었는데 입주까지 중단되니 정말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실제 단지 내에서 포장 이사를 하고 있는 이삿짐센터에 문의하니 업체는 보관이사 비용까지 포함해 총 이사비용을 기존보다 2.5배가량 더 달라고 했다. 이삿짐센터 직원 B씨는 “오늘 오전에만 이사 날짜 변경과 함께 보관이사를 문의한 전화가 14통에 달했다”며 “기존 이사비용 100만원에 추가 이사비용 90만원과 약 한 달 보관비 등을 합쳐 250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단지 내 생활지원센터에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조합원 강남구청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는 조합원 C씨는 “다행히 나는 입주가 13일 이전이라 미리 열쇠를 받았지만, 일부 조합원은 주말 새 부랴부랴 수억원 대의 잔금을 구하기 위해 급하게 사채를 끌어 쓴 사람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일부 임차인들 사이에서 계약 파기와 배액배상 요구에 대한 목소리까지 나올 만큼 현재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보안직원과 입주민 사이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입주 중단에 단지가 혼란에 빠지면서 이사를 위한 단지 내 엘리베이터 사용 시간에도 혼선이 생겼기 때문이다. 입주민 D씨(36)는 “원래 이사를 위해 단지 내 엘리베이터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사용하기로 약속했는데 보안직원이 통제를 잘 못 하는 바람에 1시 이후 시간대에서 먼저 이사를 시작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며 “1층에 있는 컴퓨터를 못 옮기게 되면서 인터넷 설치 기사도 왔다가 돌아갔고, 정수기 설치도 다음 달로 미뤄져 속상하다”고 말했다.
한편 개포자이 입주 예정자 200여명은 13일 오전 강남구청을 찾아 ‘우리 조합원들은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구청은 행정명령 즉각 취소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입주 중단 사태로 입주예정자들의 혼란이 극심해진 가운데 법원은 오는 24일까지 개포자이 단지 내 어린이집 관련 소송 최종 결정을 내린다. 효력 정지 결정을 취소하면 입주가 곧바로 재개될 수 있다. 반면 유지가 결정되면 입주 재개일은 기약할 수 없게 된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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