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도 긴장모드…투자심리 얼어붙을까 걱정
한국의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업계가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세계 벤처투자 흐름에 악재가 생기면서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더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까지는 SVB 파산이 국내 스타트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스타트업 2000여 곳이 가입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내수 시장 위주로 성장한 경우가 많아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한 스타트업이더라도 국내에서 투자를 유치했거나, 투자자 중 한국 자본의 비중이 크면 SVB보다는 규모가 큰 현지 은행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사태에서 비껴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한국인 창업자나 벤처캐피탈(VC) 중 SVB에 계좌를 둔 경우는 주말 사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지난해 말 코트라(KOTRA) 조사에 따르면, 코트라 무역관이 파악한 해외 진출 스타트업 259개사 중 36.7%가 북미에, 그중 절반(48.4%)이 실리콘밸리에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의 이창수 대표는 12일(현지시간) SNS에 “당장 이번 달 15일 예정된 ‘페이롤(월급 지급)’의 마감이 13일인데, (다른 은행에 맡긴) 돈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현금흐름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한국인 창업자는 “미국 정부가 일요일 오후에 ‘SVB에 돈을 맡긴 고객에게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겠다’고 성명을 내놓으면서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고 전했다. 일부 VC도 주말 사이 분주히 움직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VC 관계자는 “투자한 스타트업 중 일부가 SVB에 자금이 묶여 주말 사이에 내부적으로 긴밀히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번 SVB 사태가 경기 침체로 얼어붙은 국내 벤처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한국 벤처투자는 이미 지난해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액은 6조7640억원으로, 1년 전(7조6802억원)보다 11.9% 줄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실리콘밸리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를 이전한 협업 소프트웨어 개발사 ‘스윗’ 이주환 대표는 “투자 시장 경색 등 모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받을 간접적인 피해로부터 저희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며 “리스크를 꺼리고, 스타트업의 성장에서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기 하강 국면에서 악재까지 겹쳐 스타트업이 투자받기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향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이긴 하지만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고위험 벤처기업에 특화된 은행인 SVB와 달리 국내은행은 전반적으로 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막대한 시중 자금이 기술기업에 몰리면서 SVB 총예금은 2021년 한해 86% 급증했다. 국내은행도 팬데믹을 거쳐 금리 인상기에 예금이 불었지만 SVB와는 상황이 다르다. 유가증권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기보다는 대출을 늘려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을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수신(예금·작년 12월 말 잔액 2243조5000억원)은 지난해 107조4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8조7000억원 감소했지만, 은행 기업대출(작년 12월 말 잔액 1170조3000억원)은 104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고객 돈을 지키는 데는 유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상언·김경희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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