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후폭풍 우려" 뉴욕증시, 하락-반등 오가는 변동장세

뉴욕=조슬기나 2023. 3. 13. 23: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월요일인 13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후폭풍을 주시하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금융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 속에서 일제히 하락 출발한 뉴욕증시는 이날 오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주시하며 일부 상승 전환했다가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오전 10시20분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1.15포인트(0.19%) 하락한 3만1848선에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4.11포인트(0.37%) 떨어진 3847선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1.55포인트(0.10%) 낮은 1만1127선을 기록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 이날 오전 뉴욕증시 개장 직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지난 며칠간 신속한 조치 덕분에 미국인들은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SVB에 예금했던 모든 고객은 안심해도 된다. 당신의 예금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발언 직후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잠시 상승장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SVB 사태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미 행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주시하는 투자자들의 경계감은 여전히 높다. 자칫 또 다른 SVB가 나타날 수 있다는 공포에서다. 현재 S&P500 지수에서 금융, 에너지, 산업, 소재, 임의소비재 관련주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 관련 주식들이 4%이상 내려앉는 등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위기설이 돌고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 개장 전부터 폭락세를 나타내다 개장 이후에도 66%이상 급락한 수준에 움직였고, 결국 거래가 중단됐다. 팩웨스트 뱅코프 역시 51% 밀린 수준에서 거래 중지됐다. 지역 기반의 중소 규모인 이들 은행은 SVB 사태가 확산할 경우 뉴욕 시그니처 은행의 뒤를 이을 수 있는 곳들로 꼽혀왔다. 파산한 SVB에 4억8700만달러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맡겼다고 밝힌 로쿠의 주가는 2.5% 떨어졌다.

이날 S&P500에서 SVB은행은 제외됐다. 이후 의료기기 제조업체 인슐릿이 편입될 예정이다. 이밖에 시젠은 약 430억달러 규모로 화이자와 인수거래가 체결됐다는 소식에 15%이상 뛰었다.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 의료 관련주들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요일인 전날 미 재무부과 연방준비은행(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 시그니처은행 등에 예금보험 한도를 넘는 예금까지 전액 보증하고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각종 조치를 발표했으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모두 잠재우지는 못했다. 지난 10일 파산한 SVB에 이어 전날 시그니처 은행마저 문을 닫으며 투자 심리는 한층 악화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0%이상 뛰어 28선을 나타냈다. 이는 작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바클레이스의 아자이 라자드하크샤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은 지역은행 운영에 대한 두려움, 끈적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중앙은행 사이에 갇혀 승산 없는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했다.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세넥 수석투자전략가는 이번 사태가 시장 전반에 걸쳐 잠재적 폭발의 경고 신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SVB 사태가 리먼 사태급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낙관에 동의한다면서도 가상자산 하락, 지역은행을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들의 국채시장 비유동성 문제 등을 우려점으로 꼽았다.

안전자산인 금 값은 한달래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온스당 2.13% 오른 1907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 5%를 넘어섰던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현재 4.1%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무려 50bp이상 떨어진 것이다. 장중 한때 3.98%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장기물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3.53%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채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가리킨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Fed가 오는 21~22일 예정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고강도 긴축을 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FOMC에서 Fed가 금리 인상폭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SVB 파산 과정에서 급격한 금리인상이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도 타격을 주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빅스텝 회귀가 쉽지 않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금리 선물시장은 3월 FOMC에서 Fed가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인 0.25%포인트를 택할 가능성을 89%이상 반영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10%를 웃돈다. 이날 개장전 이 수치는 30%대를 넘어서기도 했었다. 반면 빅스텝 가능성은 0%로 내려갔다. 시티그룹 역시 이날 공개한 투자자 메모를 통해 0.25%포인트 인상에 무게를 뒀다.

관건은 오는 14일 공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될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2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6.1%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월 상승폭(6.4%)에서 둔화된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5%, 전월 대비 0.4%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이번주에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등도 공개된다.

유럽 증시는 일제히 하락 중이다. 독일 DAX지수는 3%이상 떨어졌다. 영국 FTSE지수는 2.22%, 프랑스 CAC지수는 2.88% 내린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도 하락 중이다.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7% 하락한 배럴당 74.59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