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대한 당신의 ‘상식’은 거의 다 틀렸다

강수연 기자 2023. 3. 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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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렸을 때 사우나로 땀을 내면 증상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반적으로 감기라 불리는 상기도감염은 누구나 1년에 한 번쯤은 걸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그만큼 감기에 관한 속설도 많다. ‘사우나를 하면 증상 완화에 좋다’ ‘비타민C를 고용량 복용하면 효과적이다’ 등 다양한 민간요법이 그 예다. 과연 의학적 근거가 있는 방법들인 걸까? 아니면 그냥 낭설에 불과한 것일까? 감기에 대한 오해와 속설, 그리고 궁금증을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오윤환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사우나를 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사람의 몸은 체온이 올라가면 자체적으로 땀을 배출해 체온을 조절한다. 감기에 걸렸을 땐 이러한 체온 조절 기능에 문제가 발생해 땀이 잘 나지 않게 되고 체온이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일부러 땀을 내기 위해 사우나나 찜질방을 찾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감기 증상 완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우나나 찜질방에 과도하게 오래 있는 행위는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발한작용을 방해한다. 또한 체온이 올라 증상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

감기는 추우면 걸린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추우면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감기와 외부의 온도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오히려 남극과 북극 같은 극지방에서는 감기에 걸리는 일이 드물다. 감기 바이러스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추울 때 감기가 유행하는 것은 온도보다는 건조한 공기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 건조한 공기로 인해 호흡기도의 점막도 함께 건조해져 몸의 저항력이 약해져서다. 실내 공기가 건조할수록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저지하는 점막의 역할도 약해져 감기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좋다.

여름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
실제로 여름철은 겨울이나 환절기보다 습도가 높아 감기 바이러스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또한 외부 활동이 많아져 사람들과의 밀접한 접촉이 적어진 탓에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실내에서 장시간 에어컨과 선풍기를 사용한다면 주변 환경과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감기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급격한 온도 차 역시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능력을 떨어트리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실내외 온도 차이가 5도 이상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감기에 항생제가 효과적이다?
몇몇 환자들은 항생제를 복용해야만 병세가 더 호전된다고 믿고 있으며, 심하게는 주사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그러나 항생제는 다양한 원인균 중 ‘세균’에 대한 치료제다. 그렇기에 ‘바이러스’가 주원인인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춧가루를 탄 소주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감기에 좋다?
소량의 알코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일시적으로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게끔 한다. 한 방송사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감기 환자가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었을 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개인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한두 잔 정도를 마셨을 땐 감기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알코올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다. 근본적인 원인 제거엔 효과가 없다. 오히려 알코올은 두통과 몸살, 메스꺼움, 구토, 복통, 탈수 등을 유발해 감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감기에 걸렸을 때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코올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 심각한 간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비타민C를 고용량 복용하면 감기에 좋다?
비타민C가 감기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1970년 미국 화학자 리는 스폴링이 고용량의 비타민 C가 감기에 효과적이라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비타민C를 초고용량으로 복용하면 감기가 빨리 낫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반대의 결과를 주장하는 연구도 있다. 비타민C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산화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건 맞다. 그러나 고용량 복용 시 메스꺼움과 복부팽만이 나타날 수 있고 신장결석을 만들 수도 있어 고용량의 비타민C 섭취는 주의하는 것이 좋다.

‘독감’은 독한 감기의 줄임 말이다?
독감을 독한 감기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독감과 감기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환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 등 200여 가지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감기 걱정이 없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감기에 걸렸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감기에 걸리지 않거나, 덜 걸리거나, 약하게 걸리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독감과 감기는 다른 질병이다. 따라서 독감 예방주사는 해당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목적이지 다른 일반적인 감기를 예방하기 위함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오윤환 교수는 “감기에 관해서 다양한 속설과 민간요법이 많지만, 대부분은 낭설에 가깝다”며 “일반적으로 감기는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지만 증세가 심할 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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