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재발 우려 큰 ‘불량 유방암’… 표적 항암제도 안 들어

민태원 2023. 3. 1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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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삼중음성 유방암’의 달
표적 항암제 작용하는 3개 수용체
환자에게 하나도 없는 경우
국내에만 4만~5만명 추정
면역 항암제 치료 승인받았지만
건보 적용 안돼 높은 비용 부담

사진=어도비 스톡

‘핑크 리본’으로 상징되는 유방암 인식의 달은 10월이다. 그런데 전체 유방암의 15~20%를 차지하는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 3월에 해당 질환을 알리기 위한 전 세계 전문가와 환우들의 다양한 활동이 한 달 내내 이어진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대표 치료제인 표적 항암제가 작용하는 3가지 수용체가 몸 안에 모두 없는 유형으로, 일반 유방암보다 치료가 어렵다. 그래서 상징하는 숫자 ‘3’을 강조해 3월 3일을 삼중음성 유방암의 날, 3월 한 달간을 질병 인식의 달로 정했다. 이두리 삼중음성유방암환우회 대표는 13일 “일반인은 물론 환자들의 인식이 여전히 낮다.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환자 스스로 이 암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며 “올해는 5개 도시에서 전문가와 함께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이런 고위험(2·3기) 삼중음성 유방암의 수술 전후에 면역항암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해 효과를 보인 치료법이 국내에 허가됐지만, 건강보험 비급여로 7000만원 넘는 약값을 환자와 가족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암 발병과 연관성 높은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표피성장인자 수용체2(HER2) 등 3가지의 발현이 전부 음성인 경우 진단된다. 일반적으로 유방촬영(X선)이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악성 종양 소지가 있을 경우 조직을 떼 3가지 수용체의 발현 여부를 확인한다.

유방암은 크게 호르몬 수용체 양성과 음성인 것으로 나뉜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가 없으므로 이를 타깃하는 표적 항암제 사용이 어렵고 호르몬 수용체의 양성도가 강할 때 잘 듣는 항호르몬요법으로도 치료 효과를 보기 힘들다. 이 경우 일반 독성 항암제를 써야 하며 그에 따른 구토 탈모 등 부작용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대개 유방암의 치료 경과는 좋다.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의 5년 생존율(2016~2020년)은 주변에 침범되지 않은 국한 발생의 경우 99%에 달한다. 멀리 있는 장기로 퍼지면 5년 생존율은 44.5% 수준으로 보고된다.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 미국암학회(ACS)에 의하면 이 유형의 국한 발생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1%, 원격 전이 시에는 12%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암의 성장이 빠르고 치료 후 재발 가능성도 높아 다른 유형의 유방암에 비교해 예후가 불량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폐경 전 젊은 여성에서 이런 불량 유방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에 의하면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중 0~49세의 비율이 36.6%로 타 유형(24.4%)보다 훨씬 높았다. 유방암학회에 따르면 한국은 서구에 비해 폐경 전 유방암 환자의 비율이 높고 특히 40세 이하의 비율은 서구의 배에 달한다. 2020년 기준 국내 유방암 유병자는 27만8953명이다. 이 중 약 4만~5만명의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삼중음성 유방암은 다른 유형의 유방암에 비교해 몸 안의 면역체계를 이용하는 면역항암제 치료가 적합한 암종으로 확인되고 있다. 단 공격적 특성으로 인해 암의 전이와 면역 회피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조기 단계부터 면역항암치료가 요구된다.

지난해 중순 대표적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가 치료 경험이 없는 2·3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 보조요법(일반 항암제와 병용)과 수술 후 보조요법(단독 투여)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치료가 어려운 만큼 면역항암제를 수술 전에 적극적으로 써서 암 크기를 줄이고 미세 전이를 없앰으로써 재발을 막고 치료 확률을 높이고자 함이다. 해당 치료법은 승인 전 임상연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유방과 림프절에 암이 없는 상태)과 무사건 생존율(암 치료 후 재발 혹은 특정 증상 발생까지의 시간) 개선이 입증됐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2022) 가이드라인도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치료에 권고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13일 “최근 암 치료의 추세는 조기암 환자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적용해 재발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면역항암제의 수술 전후 보조 사용이 5년 내 재발 위험이 높은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앞으로 이 치료법을 더 섬세하게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치료법을 모두 시행(수술 전 3주마다 8회, 수술 후 3주마다 9회)할 경우 약 7500만원의 비용이 든다. 해당 면역항암제는 위험분담제(고가 약을 우선 쓰게 한 뒤 제약사가 비용 일부를 부담해 돌려주는 제도) 약제이긴 하지만 건보 미적용으로 인한 환자 부담은 여전히 큰 편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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