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 80억도 "괜찮다"…모르쇠 돌변한 부산 '오피왕' 뒤 그들
“20, 30대 사회초년생인 세입자들이 60억원 넘는 돈을 떼일 판입니다. 공인중개사가 근저당이 많이 잡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다면 피해가 이렇게 컸을까요?”

곽경도 법무법인 상지 대표변호사는 1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인중개사에게도 소송을 제기해 책임을 따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곽 변호사는 부산 오피스텔 100여채를 보유한 A씨(31)가 사라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이른바 ‘부산 오피왕’ 사건 피해자들과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보증금 수십억 쥔 ‘오피왕’ 사라졌다
A씨는 서면뿐 아니라 동래구 온천동과 수영구 광안동 등 부산 번화가에 있는 오피스텔 등 100여채를 보유했던 인물이다. 오피스텔은 A씨 본인 혹은 A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 명의였다. 그가 소유한 오피스텔 앞으로는 확인된 것만 130억원 넘는 은행 근저당이 설정돼있다.

A씨는 지난 2년간 오피스텔 전ㆍ월세 계약을 맺어 보증금 80여억원을 받은 뒤 올해 초 연락이 끊겼다. 은행 근저당에 순위가 밀려 대부분 세입자가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기 어려운 처지다. 세입자들은 그가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작정으로 계약한 뒤 잠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괜찮다”던 공인중개사, 문제 터지자 모르쇠
위험할 정도로 은행 근저당이 잡힌 오피스텔 계약이 성사된 데는 공인중개사 역할이 컸다. A씨가 보유했던 물건 가운데 서면 오피스텔 63세대에는 은행 근저당권 80여억원이 설정돼있다. 이곳에 입주한 세입자 가운데 36명은 공인중개사 사무소 2곳을 통해 계약했다. 세입자들은 “법인 소유 건물인 점을 고려하면 근저당권이 일반적인 수준”이라는 공인중개사 측 설명을 믿고 계약했다고 한다. A씨 연락이 끊긴 뒤 공인중개사 2명 중 1명은 아예 연락이 닿지 않고, 다른 1명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곽 변호사는 “계약 때 A씨 얼굴을 직접 본 세입자는 아무도 없다. A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의 직원 겸 공인중개사 사무소 중개보조원을 자처한 이들이 계약을 맡았다”며 “이 과정에서 과도한 근저당권으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충분히 고지되지 않아 공인중개사법 위반 소지가 크다. 공인중개사가 A씨 법인 소속 직원들에게 면허를 사실상 대여해주고 계약 과정 전반을 방관한 정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들은 A씨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고 그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은 물론 해당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공인중개사협회 등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예정이다. 곽 변호사는 “수수료를 내고 공인중개사에게 계약을 맡기는 건 거래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빌라ㆍ오피스텔 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만큼 이번 소송을 통해 공인중개사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취지도 있다”고 밝혔다.
‘전세 사기 한통속’ 중개사도 책임?
실제 공인중개사가 전세 사기에 가담해 피해를 키운 사건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공인중개사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최근 빌라 150여채를 이용해 전세 보증금 361억원을 가로챈 사기단을 적발한 사건에서도 공인중개사들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인중개사들은 범죄 표적이 될 만한 세입자를 사기단에 연결해주고 리베이트로 1건당 500만~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7일 서울에서 회원 1500명이 모인 가운데 ‘전세 사기 근절과 무등록 불법 중개 척결 결의 대회’를 열었다. 협회는 정부 전세 사기 대책에 발맞춰 ‘임대인 신용정보 조회시스템’ 등을 활용해 임대차 거래 안전성을 높이는 등 자정 노력에 나서기로 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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