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5.18 정신 헌법 수록' 공약, 표 얻으려는 립서비스"

곽우신 2023. 3. 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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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 예배에 참석해 발언... 김 최고, 반대 의사 밝혀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내"

[곽우신, 박현광, 남소연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5.18 정신 헌법 수록 공약은) 전라도에 대해서 립서비스 한 거지?"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닌가?" -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적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선거 과정에서 득표를 위한 '립서비스'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본인 역시 반대한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과거 했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될뿐더러,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재원 "5.18 정신 헌법 수록? 불가능, 나도 반대"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 참석해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곁에는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도 함께였다(해당 영상 : '너알아TV' [ 특별 인터뷰 ] 김재원 최고위원이 왔다!! 총선 200석 반드시 된다!!).

김 위원은 "제가 최고위원회에 가서 보고를 하고, (전광훈) 목사님이 원하시는 걸 관철시키도록 하겠다"라고 인사했다.

그러자 전 목사는 "이번에 우리가 김기현 장로를 사실 밀었잖느냐"라며 "아니 세상에 우리한테 찬물을 끼얹은 게 뭐냐면, 5.18정신을 헌법에다 넣겠다? 그런다고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전라도는 영원히 (국민의힘 지지율이) 10%이다. 영원히 10%"라며 "그 말을 들은 전라도의 우파 10%들이 더 난리이다. '김기현 미쳤다'라며, '우리도 원치 않는 것을 왜 저리 떠드느냐'는 거다"라고도 덧붙였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싣는 데 반대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전 목사가 묻자, 김 최고위원은 "그건 불가능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전 목사가 확인하듯이 계속 되묻자, 김 위원은 "예, 불가능하다"라고 반복해 답하며 "저도 반대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전 목사는 "전라도에 대해서 립서비스 한다고 한 거지?"라고 물음표를 던졌고, 김 최고위워은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닌가?"라고 답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보수 여권의 전향적 언행이 '득표를 위한 립서비스였다'라고 시인한 셈이다.

윤 대통령 대선 시절 공약... 1년 사이 뉘앙스 바뀐 김기현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21.7.17
ⓒ 연합뉴스
 
김재원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몇 년간 국민의힘이 보여준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시절까지, 국민의힘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해 왔다. 특히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추가하자는 데 긍정적인 뉘앙스를 계속 내비쳤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021년 7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한 자리였다. 당시 5.18민중항쟁구속자회와 만난 자리에서 "헌법 전문에 꼭 5.18 정신을 넣어달라"라는 요청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알겠다"라고 답했다. 이후 기자들로부터 5.18 정신 헌법 수록에 찬성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런 뜻으로 보시면 무방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3.1운동, 4.19 정신에 비춰서 5.18 정신 역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정신"이라며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로 떠받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도 강조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그는 비슷한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김기현 신임 당대표 역시 지난 2022년 5월 1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민주주의 정신, 권위주의 정권의 탄압에 맞서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신들은 어떤 특정 정당이나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기리고 계승해 나가야 할 정신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정이 총출동해 광주로 내려갔을 때였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기현 대표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매우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1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흐른 후, 김기현 대표의 뉘앙스는 다소 바뀌었다. 13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이 나오자, 김 대표는 "김재원 최고위원께서 뭐라 말씀한 지 처음 듣는 얘기라 내용을 파악해야 할 거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 과거와 입장 변화가 없는지 묻자 "논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이라 필요하면 논의할 수 있지만, 아직 당내 의견 수렴을 안 했기 때문에 의견을 더 수렴해보도록 하겠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당사자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오마이뉴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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