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T…정부 입맛 맞추려다 '낙동강 오리알'

오수연 2023. 3. 1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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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후보 이어 계열사 대표 내정자도 사임
사법리스크·등돌린 우군…31일 주총 깜깜
어긋난 첫 단추…정부 갈등 봉합 시급

[아시아경제 오수연 기자] 윤경림호 KT가 출범을 앞둔 가운데 연이어 악재가 발생하고 있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친정부 인사를 발탁해 위기를 모면하려 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12일 KT스카이라이프 대표 내정자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이 사의를 표했다. 사임 이유는 개인적인 사유다.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자 [사진제공=KT]

KT스카이라이프는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윤 내정자를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정 사실을 공시하기도 전에 당사자가 사의를 표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윤 부회장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0일 사외이사 후보였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사의를 밝혔다.

연이은 내정자들의 사임에 무리하게 정부 입맛에 맞춘 인사를 하다 탈이 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충암고 동문이다. 임 고문은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 경제특보를 맡았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KT 차기 대표 선임 과정을 수차례 지적했다. KT가 전현직 임원 4명의 이름만 오른 숏리스트(대표이사 후보 심사 대상자)를 내놓은 뒤인 지난 2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새 사장 후보가 모두 KT 전현직 임원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래를 위해 통신을 벗어나 새 사업을 하겠다는 KT가 새 사장 후보를 모두 자사출신 통신 전문가들로 채운 것이다.

통신전문가가 KT 사장 후보에 오르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나아가 국민의 시선을 받는 상황에서 KT 출신이 아니면 사장 후보 리스트에 오를 수조차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 심사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며 인선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윤경림 후보에 대해서는 구 대표가 수사 대상에 오르자 대리인을 세웠다며 '구현모 대표의 아바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의 질타에도 인선 절차를 강행했으나 최대 주주가 국민연금이고, 규제 산업인 통신업 특성상 정부의 눈 밖에 난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결국 오는 31일 열리는 주총을 앞두고 친정부 인사를 배치해 부랴부랴 정권 입맛 맞추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KT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여권에서는 되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 인연 있는 인사를 기용해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KT 새노조는 "난데없이 윤심을 대표한다는 이를 사외이사와 자회사 사장으로 영입하고 위기가 해소될 것처럼 말한다. 경영진의 정치적 줄 대기는 위기의 증폭일 뿐"이라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까지 겹쳤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지난 7일 구 대표와 윤 후보가 KT 계열사인 KT텔레캅 일감을 시설관리업체 KDFS에 몰아주고, 이사회를 장악하고자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 내용뿐 아니라 구 대표와 윤 후보에 대한 의혹 전반을 검증한다. 윤 후보는 현대차에서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현대차가 구 대표의 형이 운영하는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우군으로 여겨졌던 2대 주주 현대차그룹(현대차 4.69%·현대모비스 3.1%)은 최근 KT 이사회에 대표나 사외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은 이사회가 대주주의 뜻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사실상 윤 후보에 등을 돌린 것이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앞서 수차례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지적한 만큼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주총을 보름 남짓 앞둔 상황에서 윤경림호의 앞날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윤경림 후보의 주주총회 통과가 어렵다는 평가다. 첫 단추부터 엇나간 상황에서 정부와의 갈등을 봉합하려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외국인 주주와 소액 주주의 지지로 주총을 통과하더라도 임기 내내 정부와 엇박자를 면치 못할 상황에 처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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