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에 '죄 벌 받아라' 맞불…참다못한 지자체 '가위' 든다
김민욱, 안대훈, 황희규, 신진호 2023. 3. 10. 05:01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회 앞에 내건 현수막.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비판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중앙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3/10/joongang/20230310050106519tfvq.jpg)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곳곳에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완용의 부활인가’라고 적힌 더불어민주당 현수막 바로 아래쪽엔 ‘죄 지었으면벌받아야지’라는 국민의힘 현수막이 펄럭였다. 민주당이 정부가 내놓은 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매국 행위에 빗대 비판하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며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김모(46)씨는 “현수막을 공해로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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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으로 정당 현수막 무제한 건다
전국이 현수막 ‘거리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현수막 등은 수량·규격·게시 장소 제한 없이 15일 동안 걸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무제한 현수막 게시는 정당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 범위’에 해당한다.
마구잡이로 걸린 정당 현수막은 시민 안전까지 위협한다. 지난 2월 인천에선 전동 킥보드를 타던 20대 청년이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자체에는 민원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한 지자체 옥외광고물 담당은 “법 개정 전엔 현수막 관련 민원이 하루 1건 정도였는데 요즘은 10~20건씩 들어온다”며 “일을 못 할 정도”라고 말했다. 환경문제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나온 현수막 발생량은 9220t에 달한다. 이 중 33.5%인 3093t만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소각 처리됐다. 옥외광고법 개정 이후에는 날마다 현수막 쓰레기가 발생한다.
![지난달 27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국은행 사거리 횡단보도 바로 옆에 걸린 정당 현수막. 지면으로부터 1m 높이에 설치돼 있어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보행자를 보기 어렵게 가리고 있다. [사진 독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3/10/joongang/20230310050109145qbzc.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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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 마련하려는 서울시
사정이 이렇자 지자체가 나섰다. 서울시는 9일 25개 자치구와 정당 현수막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실무협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동마다 걸 수 있는 현수막 개수를 제한하는 쪽으로 건의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현수막에 꼭 적어야 하는 정당명 등 글씨 크기는 키우고, 현수막 크기와 게시 금지장소 등을 법으로 정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상적인 정당 활동 범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시는 유권해석 결과를 반영해 정당 현수막 단속과 철거 기준 등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이달 중 마련할 방침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3일 울산 기초단체장 5명과 간담회를 열어, 정당 현수막 게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해 줄 것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정당 현수막 난립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자치단체가 대처할 근거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시장은 “정당 현수막 난립으로 운전자들과 등하굣길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라면서 “정당 활동 보장 이상으로 국민 안전과 쾌적한 도시환경을 누릴 권리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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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현수막 게시장소 제한
현수막 게시 장소를 제한한 곳도 있다. 세종시는 지난달부터 어진동 성금교차로와 조치원읍 번암사거리에 ‘정치 현수막 우선 지정 게시대’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정당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은 걸 수 없다. 대전시, 경남 창원시 등도 정당 현수막 관리방안 마련을 정부에 건의했거나 건의할 예정이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이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 것도 모자라 무분별하게 현수막을 설치하면 정치에 반감만 생길 것”이라며 “정치문화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홍보하고 관련 법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욱·안대훈·황희규·신진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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