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만나서 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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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게서 저녁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는 점심에 만나는 것이 좋아요.
우리는 점심에 만나요.
그러나 점심에 보면 다 달라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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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게서 저녁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는 점심에 만나는 것이 좋아요. 점심은 견디지 않아도 됩니다. 점심은 고여 있지 않아요. 점심은 가능합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어요. 우리는 점심에 만나요. 시를 쓰려고 만나서 시는 안 쓰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시 이야기를 해요. 집에 가서 시를 쓰고 싶어지도록. 혼자 쓰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
우리는 버려진 것을 보고도 버려진 것인지 몰라요. 누군가 두고 갔다고 생각해요. 비참과 희망은 왜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시 이야기만 했는데 생활을 알게 되는 것처럼요. 식물의 웃자란 줄기를 보며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점심에 보면 다 달라 보여요. 점심에 만나요. 환해져요.
-안미옥 시집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중
점심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점심은 견디지 않아도 됩니다”라거나 “점심에 보면 다 달라 보여요”라니, 점심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 문장 “점심에 만나요. 환해져요”는 점심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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