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쇼트시네마㉗] '그리울 연', 닿지 못할 연인에게 띄우는 회한의 고백

류지윤 2023. 3. 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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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우정은 "내가 아는 수연인 더럽지도 않고, 잘못된 행동을 한 적도 없다. 저는 항상 우리를 숨기고 불안해 했는데 수연이를 그런 저마저 사랑해 줬다"라고 고백한다.

사랑하는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수연을 떠내보낸 뒤, 수취인 불명이 된 우정의 고백이다.'그리울 연'은 단편영화의 단골 소재인 퀴어를 세심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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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남자친구까지 사귀는 우정. 어느 날 동창이자 과거 연인이었던 수연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밝게 웃고 있는 수연의 영정사진을 보고 있자니 아름다우면서도 시린 과거의 추억이 몰려온다.


고등학생 우정과 수연은 친구들의 눈을 피해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마음을 나눴다. 그 때도 우정의 곁에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수연은 잘 지내다가도 우정이 자신과의 관계를 숨기려 할 때마다 서운함을 감추지 않는다. 수연은 솔직한 여고생이었고, 우정은 혹여나 친구들이 눈치챌까 겉으로 표현하는 일에 소극적이었다.


수연의 장례식장에는 오랜 만에 보는 동창들이 이미 와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수연의 이야기를 나눈다. 한 여자 동창은 수연이 대학에 입학한 후 여자를 좋아한다고 밝히고 레즈 바에 다녔다는 이야기를 가십처럼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를 들은 수연의 어머니는 수연의 성 정체성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우정은 "내가 아는 수연인 더럽지도 않고, 잘못된 행동을 한 적도 없다. 저는 항상 우리를 숨기고 불안해 했는데 수연이를 그런 저마저 사랑해 줬다"라고 고백한다. 걱정할 시간에 더 사랑하지 못한 일을 용서를 빌기 위해 이 자리에 왔지만 친구들에 이어 어머니까지 수연을 부정하는 것을 더는 두고 보지 못한다.사랑하는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수연을 떠내보낸 뒤, 수취인 불명이 된 우정의 고백이다.


'그리울 연'은 단편영화의 단골 소재인 퀴어를 세심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수연의 성 정체성은 죽어서도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친구들의 가벼운 대화 소재로 전락해버린다. 우정의 고백으로 인해 추억과 허상을 오가던 두 사람의 오가던 비밀스러운 사랑은 실재하는 순간으로 떠올랐다. 자신보다는 타인을, 순간보다는 미래를 더 생각했던 우정의 사랑 방식은 수연을 지키고자 했던 방식이었을 테지만, 결국 돌아온 건 후회와 그리움이다. 러닝타임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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