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비판에 정면돌파 택한 KT 윤경림 “지배구조 개선하겠다”
KT 대표이사 후보인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KT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비판한 데 대해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윤 사장의 요청으로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TF를 이끌 TF장이나 분과 구성, 참여 인원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KT는 우선 지배구조 문제에 전문성이 있는 외부 컨설팅 회사나 법무법인 등에 자문을 구하고, KT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와 사외이사 구성 등의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국내외 우수 기업들과 비교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한다. 이후 주요 주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정관 및 이사회 운영 관련 규정에 명시할 계획이다. 이날 윤 사장은 “논란이 되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을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KT가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사회까지 혁신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가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면접 대상자(숏리스트)로 통과시켰다”며 “특히 이사회 현직 멤버인 윤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사회 셀프 추천’ 제도도 시민 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KT 새노조의 김미영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문제기업 이슈 분석 및 연기금 역할 촉구 좌담회’에서 “정권 교체기가 되면 어김없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거졌는데 이사회는 사후 반성도, 책임 있는 대책 마련에도 나선 적이 없다”며 “소비자 단체, 종업원, 국민연금, 정보기술(IT) 관련 학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내부 견제가 가능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윤 사장은 이날 KT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정부 및 주주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예전과는 달리 CEO를 선임하기 위한 과정이 길고도 복잡했다”며 “정부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KT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 4명, 사내이사 후보 2명도 확정했다. 지난 1월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사임한 이강철 전 사외이사의 후임으로는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내정됐다. 임 고문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출신이다. 올해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의 사외이사 임기는 연장됐다. 대표이사 최종 후보 선정 하루 전날인 지난 6일 자리에서 물러난 라이나생명보험 대표 출신의 벤자민 홍 전 사외이사 자리는 아직 공석이다.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송경민 KT SAT 사장과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을 추천했다. 송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남중수 전 사장과 박근혜 정부 때인 황창규 전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안과 이들 사내·사외이사 선임안은 31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가부가 결정된다. 이날오후 KT는 이달 31일 오전 9시 서울시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주총을 연다고 공시했다. 지분 10.12%(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한 KT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대표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윤 후보의 대표 선임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8일 숏리스트 발표 이후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정부·여당의 불만을 의결권 행사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KT의 경영공백을 원하지 않는 소액주주와 외국인 주주들은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 찬반 표 대결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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