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조위원회(IRC), “인도적 위기에 처한 여성들의 범세계적인 관심 필요해”

정진 2023. 3. 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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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분쟁, 재난,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해 인도적 위기에 처한 난민을 포함한 사람들의 생존과 회복, 삶의 재건을 지원하는 세계적 인도주의 기구인 국제구조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IRC, 한국 대표: 이은영)는 오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인도적 위기에 처한 여성들에 대한 현황을 발표하고 범세계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을 오늘 발표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전쟁과 분쟁, 재난, 기후 위기와 같은 인도적 위기는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잃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은 더 큰 어려움에 노출된다.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의 경우에도 지난 2월 11일부터 15일까지 시리아의 548가구(남성: 207명, 여성 343명 등)를 대상으로 조사한 국제구조위원회(IRC)의 긴급필요조사(Rapid Needs Assessment)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90.9%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84%가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가운데 여성과 소녀들은 화장실조차 안전하거나 쉽게 이용할 수 없고, 일부는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하는 등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이동에 관한 자유도 여성에게는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이 자유롭다”고 말한 응답자는 남성 52%, 여성 4%, 남아 21% 여아 18%라는 결과가 나왔을 정도로 여성의 자유로운 활동에 제약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구조위원회(IRC) 시리아 총책임자인 타냐 에반스(Tanya Evans)는 “위기 상황에서는 여성과 어린이들은 폭력과 착취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으며, 따라서 안전한 공간과 의료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지원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성이 처한 위험은 시리아뿐만이 아니다. 오랜 분쟁과 가뭄으로 고향을 떠나온 난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케냐 다다브 난민캠프의 여성과 소녀들도 성폭력, 괴롭힘, 학대 등 다양한 형태의 젠더 기반 폭력(GBV, Gender Based Violence)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케냐 다다브(Dadaab) 난민캠프에서만 젠더 기반 폭력 대응 서비스를 요청하는 400명 이상의 여성과 소녀들을 지원했다고 발표했으며, 이 인원은 젠더 기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전하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IRC) 케냐의 여성보호책임자인 암발레(Ambale)는 “남성과 남자아이들이 물을 찾아 집을 떠나 이동했을 때, 여성과 여자아이들은 젠더 기반 폭력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페루에서 2,600여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젠더 기반 폭력은 정신적 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콜롬비아에서는 특히 40%의 여성이 정신적 학대만큼 신체적 학대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피해가 심각하다. 한 예로, 콜롬비아의 오마이라(Omaira)는 젠더 기반 폭력의 생존자이다. 그녀는 2008년 콜롬비아 내 분쟁을 피해 베네수엘라로 피난을 가던 중 폭력을 당하였다.

젠더 기반 폭력에서 살아남은 오마이라는 현재 ECHO(European Civil Protection and Humanitarian Aid Operation, 유럽연합 인도지원사무국)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국제구조위원회의 여성 보호 및 권리 증진 옹호 프로그램에 약 25명의 여성 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워크샵과 교육을 함께하면서 지역사회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역사회 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젠더 기반 폭력 사례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식별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고 있다.

모든 젠더 기반 폭력의 보편적인 근원은 성 불평등, 즉 여성과 남성 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보호는 물론 여성의 권리를 증진하고 성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는 것과 동시에 각 지역의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보호 서비스, 특히 심리적 지원과 경제 회복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여 여성의 권리를 증진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하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IRC) 이은영 한국 대표는 “여성과 소녀들은 국제구조위원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원 대상으로, 특화된 의료, 위생, 보호, 교육, 심리 지원 등의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인도적 위기에 놓인 여성과 소녀들이 특별히 불균형적으로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들이야말로 더 안전하고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모든 결정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인도적 위기에 놓인 여성과 소녀들에게 더욱 주목하고 이들을 도울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구조위원회(IRC)의 전 세계 여성과 소녀들이 마주하고 있는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한 자세한 지원 활동 내용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정기후원과 일시후원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한편, 국제구조위원회(IRC)는 1933년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떠난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도움으로 설립되었다. 1933년부터 현재까지 90년 동안 전 세계 40개 이상의 국가와 28개의 미국 도시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전 영국 외무부 장관이었던 데이비드 밀리밴드(David Miliband)가 총재를 역임하고 있으며, 지난 2022년 11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후원국 사무소가 개설되었다. 이로써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에 이어 다섯 번째 후원 국가가 되었다.

정진 기자 peng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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