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1부서도 ‘닥공’ 이민성 감독 “수비만 해선 잔류할 수 없다”
김희웅 2023. 3. 8. 12:34
이민성(50)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은 K리그1 잔류를 목표로 세웠다. 도전자 입장이기에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할 만도 하지만, 이 감독은 1부에서도 ‘후진’ 없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K리그1 2경기를 치른 현재, 대전(승점 4)은 4위에 자리했다. 전승을 거둔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울산 현대(이상 승점 6) 바로 다음 이름을 올렸다. ‘돌풍’이라고 칭하기엔 이르다. 그래도 변함없이 ‘공격 축구’를 하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해 K리그2 2위를 차지한 대전은 우승팀 광주FC(68득점)보다 많은 70득점을 기록했다. 정규 리그 40경기에서 45골을 내준 대전은 최소 실점 부문에서는 4위에 위치했다. 지난 시즌에는 ‘3골 먹히면 4골을 넣는다’는 게 대전의 콘셉트였다.
1부에서도 ‘닥공(닥치고 공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전은 지난 2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며 포항과 함께 K리그1 최다 득점 1위를 질주 중이다. 승격 후 K리그1 잔류가 목표면서도 ‘공격 앞으로’를 외쳤고, 실제 경기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민성 대전 감독은 7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매일 매일 전쟁이다. K리그2에서는 숨 돌릴 틈이 있었는데, 여기는 숨 쉴 시간이 없는 것 같다”며 1부 데뷔 소감을 전했다.
대전은 8년 만의 K리그1 입성을 앞두고 여러 포지션을 두루 보강했다. K리그2 최고 킬러인 유강현과 티아고를 품었고, 아제르바이잔 국가대표 출신 센터백 안톤을 데려왔다. 지난해 후반기에 임대생 신분으로 승격에 힘을 보탠 주세종을 완전 영입하며 허리를 강화했다.
가장 돋보이는 포지션은 역시 강력한 골잡이들이 모인 최전방이다. 이민성 감독이 1부에서도 공격을 강조하는 이유도 전방 자원의 퀄리티가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신입생 티아고가 2골을 넣었고, ‘슈퍼 서브’ 김인균도 인천을 상대로 멀티 골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역습, 세트피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만든 것이 고무적이다.
“앞선 2경기에서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는 이민성 감독은 “잔류가 목표지만, 수비만 한다고 해서 잔류할 수 없다고 본다. 수비만 하면 비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는 건데, 비겼을 때는 (나중에)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우리 팀 구성상 공격이 좋기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잔류에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민성 감독은 K리그1 도전을 이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파이널 라운드로 향하기 전인 33라운드 종료 시점까지 승점 45를 쌓는 것이다. 2012년 스플릿 시스템 도입 이후 승점 45 이상 쌓고 강등된 팀은 광주FC(2012시즌 승점 45)가 유일하다. 당시에는 현재보다 6경기 많은 44경기를 치렀다. 사실상 파이널 라운드 전 해당 수치를 달성하면 강등을 피할 수 있다.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공격력을 유지하면서도 밸런스를 갖춰야 한다. 이민성 감독은 “(K리그1은)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고, 수비수들이 K리그2하고 다르게 영리한 것 같다. 수비력이나 포지셔닝이 확실히 다르고 수준이 높다고 느꼈다”며 “이제 3골 먹히면 4골 넣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득점하고 수비 실수를 줄여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밸런스가 깨지지 않아야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느꼈다. 선수들하고 그 부분을 고민하면서 경기해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인천전은 명경기였다. 개막전에서 강원FC를 꺾은 대전은 적지에서 인천과 3골씩 주고받은 끝에 무승부를 거뒀다. 당시 이민성 감독은 후반전에 2-1로 리드를 쥔 상황에도 수비적인 교체를 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공격 쪽에 무게를 실어놔야 상대 공격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수비수들을 웬만하면 건들지 않는다. 큰 미스와 체력 손실이 없다면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대전은 인천과 맞대결 이후 고민을 안았다.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맡은 주세종이 공중볼 경합 중 인천 수비수 김동민의 머리에 얼굴이 부딪쳐 쓰러졌고, 안와 골절 진단을 받았다. 그는 7일 수술대에 올랐고, 수 주간 결장이 예상된다. 이민성 감독은 “주세종을 대체할 만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동계 훈련 때부터 (주세종 공백에 관해) 고민하고 있었다. 다시 잘 생각하고 대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2경기 무패(1승 1무)를 달리며 순항 중인 대전은 오는 11일 오후 2시 안방인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과 격돌한다. 2023시즌을 앞두고 신진호(인천), 임상협(서울) 등 주축 선수가 여럿 빠진 포항은 대구FC와 수원FC를 연파하며 세간의 우려를 잠재웠다. 포항 지휘 5년 차인 김기동 감독의 전술이 무르익었다는 평가가 숱하다.
이민성 감독은 “포항 경기를 지난해에도 봤고, 김기동 감독을 잘 안다. 팀을 워낙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놨다. 12개 팀 중 포지셔닝 플레이를 가장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하프 스페이스를 상당히 잘 이용한다. 정말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포항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대응 능력이 그렇게 좋다고 보지 않는다. 그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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