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의사 씨 마르나… “전공 원하는 의대생 없어”

김은빈 2023. 3. 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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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극복을 위한 소아 필수 의료체계 강화의 필요성’ 정책 토론회
전공의 지원율 25% 불과…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해야
소아과 의사들 ‘수가 가산·전담 전문의 확보 대안’ 제시
사진=박효상 기자

“동기, 선후배들과 어느 과에 지원할 건지 얘기를 자주 해요. 영상의학과, 마취과, 안과, 피부과처럼 편하고 금전적 메리트가 있는 과를 지원하겠다는 의대생이 굉장히 많습니다. 또 정형외과나 성형외과처럼 힘들지만 금전적 보상이 있거나 개원 시 메리트가 있는 과를 지원하겠다는 학생도 많아요. 그러나 소아과를 지원하겠다고 하는 학생은 아직까지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한림대 의대에 재학 중인 최다은씨가 7일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 쿠키뉴스 주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소아 필수 의료체계 강화의 필요성’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사람이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사명감과 성취감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지만 더 현실적 문제도 있다”며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대다수의 의대생들이 소아과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속물이라서가 아니라, 직장을 선택할 때 이런저런 보상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한석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기획이사와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최다은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이민정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사무관, 임지혜 쿠키뉴스 기자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저출생 극복을 위한 소아 필수 의료체계 강화의 필요성' 정책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근무환경 열악해 지원율↓… 피해는 부모·아이들로

의료현장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소위 ‘기피과’다. 전국 대학병원에서는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는 추가 모집자를 포함해 53명뿐이다. 전체 정원 208명의 25%에 불과한 수준이다. 한때 입원진료를 중단했던 가천대 길병원도 최근 전문의 2명을 뽑아 입원진료를 재개했지만 전공의 충원엔 실패했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소아청소년과는 지원하기 꺼려지는 전공이다. 의료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는 10년, 20년 뒤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실습을 받고 있다고 밝힌 최씨는 ”전문의에 비해 전공의 수가 굉장히 적다. 만약 1~2명이 휴가를 가면 이를 확충할 인원이 없는 수준”이라며 “집에도 못 가고 쉴 새 없이 일하는 전공의들의 모습을 보며 실습생들은 소아과를 지원하면 힘들겠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소아과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선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필요한 정책으로는 △인력 확충 통한 업무 부담 감소 △근무시간 제한 △의료수가 개선 △소아과 개원 시 정책 지원 등을 꼽았다. 최씨는 “우리나라 소아과 의사의 맥이 끊어지기 전에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의료를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공의 입장에서도 근무 환경 개선은 절실한 문제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소아 진료 대란이 발생한 것 자체가 전공의를 착취하는 보건 의료체계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전공의 수련 비용 지원과 더불어 수련 근무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지금 주당 80~100시간이나 주당 2~3회의 36시간 연속 근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분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며 “24시간 근무 제한 등을 통해 합리적인 의료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소아 진료 공백이 가시화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부모와 아이에게 돌아가는 실정이다. 특히 영유아 부모들에게 소아과 방문은 ‘오픈 런’이 된 지 오래다. 동네 소아과 진료를 보는 데도 번호표를 뽑아야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세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임지혜 쿠키뉴스 기자는 “부모들 사이에선 ‘애 키우기 힘든 사회’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어떤 부모는 새벽 7시부터 기다렸는데 받은 대기번호가 6번이라고 한다”면서 “최소한 아픈 아이들이 제때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당장의 의료 공백을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하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소아 필수 의료체계 강화의 필요성’ 정책 토론회가 7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왼쪽부터) 임지혜 쿠키뉴스 기자, 최다은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박양동 대한아동병협회장, 서정숙,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김한석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기획이사, 이민정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사무관, 김지방 쿠키뉴스 대표.   사진=박효상 기자

“올해가 골든타임”… 수가 가산·전담전문의제 제안

의료현장에서 소아과 붕괴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의사들은 강도 높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올해가 골든타임”이라며 “전공의 확보율이 25% 밑으로 떨어지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재원을 투입해도 인력 풀이 말라버린다.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속도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대책에 근본적 지원책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소아연령 가산을 통한 입원진료 수가 조정 △전담전문의 투입 지원 △전공의 유입장려를 위한 임금지원이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공의 유입 증진정책으로 기본 입원진료 수가의 소아연령 가산을 2배 이상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최소 필요인력의 60% 이상을 전공의 인력으로 유지하되, 나머지 부족한 40%는 전담 전문의로 대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수급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생아, 중환자실, 응급진료센터 등 고난이도 중증질환 우선으로 전문의 중심진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전담 전문의를 투입하면 전공의 책임과 부담을 경감하고 안정적인 진료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의대 증원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파이를 늘려도 인기과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필수의료과에 대한 지원을 늘려도 인력 확충이 더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논의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의대 정원을 늘리면 좋아지지 않겠냐고 하는데 수요조사를 해보면 지금 상황은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 분야의)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며 “기울기를 어느 정도 맞춰놓은 다음에 산정했는데 그래도 인력이 부족하다면 그때 가서 늘려야겠지만 현재는 (필수의료과에 대한 보상을 늘리는 등) 기울기를 고르는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복지부는 필수의료대책이 의료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완하고 발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민정 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사무관은 “필수의료과에 적정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지원방안을 지난 1월31일 발표했다. 그 이후 지난달 22일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통해 기존 방안을 보완하고 구체화했다”면서 “필수의료 전담 조직이 만들어진 만큼 현장 의견을 청취해 필수의료 대책이 현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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