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러 용병 '바그너그룹'은 왜 돌격전을 고집하나

이현우 2023. 3.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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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명 이상 사상, 러시아군 전술 변화도 촉구
제정 러시아 때부터 '형벌부대' 악명 높아
中 등에서도 고대부터 죄수들 전쟁 동원

편집자주 - [뉴스in전쟁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세계의 전쟁·분쟁 소식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입니다. '뉴스(News)'를 통해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역사(History)'를 통해 뉴스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며,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시사점(Implication)'을 함께 제공해드리겠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며, 40회 이후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이후 1년을 넘어가면서 러시아군 내 유독 발언권이 강해지는 집단으로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Wagner group)'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 용병회사의 대표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의 정계 발언권도 점차 커지고 있는데요.

러시아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끌고 있는 예브게니 프리고진 대표의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는 특히 러시아 전역의 교도소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을 신병으로 모집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개전 이후 벌써 4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모두 그가 신병으로 거둔 죄수들이라고 알려질 정도로 많은 죄수들이 응하고 있죠. 총을 들고 조국을 위해 싸우면 그동안의 모든 죄를 사면해준다는 말에 이 죄수부대가 가장 위험한 선봉에 서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바그너그룹은 함께 싸우고 있는 러시아군에도 더 공격적인 전술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러시아 군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죠. 심지어 러시아군이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전선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푸틴의 최측근이 뒷배로 있다고 해도 전시에 무리한 요구까지 서슴지 않는 이 용병기업과 죄수부대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뉴스(News) : 바그너그룹, 러시아군에 '돌격대' 작전 제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바그너그룹 본사 건물의 모습.[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바그너그룹과 관련한 최근 뉴스를 검색해보면 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전선의 선봉에 서있으며, 심지어 러시아군에 작전까지 제안하면서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러시아군의 전술에 변화가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이 바그너그룹의 전술제안을 일부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바그너그룹은 최근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활용 중인 전술인 '돌격 분견대 전술(The tactics of the assault detachment)'을 러시아군에 제안했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는데요.

이 전술은 막대한 희생을 각오하고 전방으로 진격할 돌격대를 따라 전선을 돌파하는 전술로 알려져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처럼 지난해 9월 이후 수개월간 방어전선이 이미 단단히 구축된 상황에서는 막대한 인명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전술이죠. 실제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현재까지 약 4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러시아군 전체 사상자의 3분의 1 이상이 바그너그룹의 사상자로 알려질 만큼 엄청난 피해를 입은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바그너그룹이 이 전술을 러시아군에 채택하라고 하는 이유는 이대로 전선을 유지한 채 소모전만 벌이면 더 많은 인명이 희생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쟁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미사일이나 드론공습만 벌이며 전선을 움직이지 않는 러시아군을 바그너그룹과 프리고진 대표는 매우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러시아 군부 내에서는 오히려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 정규군은 모두 징집한 병사들로 병사 한명이 모두 소중한 시민들이지만, 바그너그룹 용병부대는 전체 병력의 20% 정도인 수뇌부와 장교 등을 제외하면 모두 중범죄자들로 구성돼있어 얼마든지 위험한 작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죠.

◆역사(History)1 : 2차대전에서 악명 높았던 소련의 '형벌부대'
1942년 구성된 소련의 형벌부대(Penal Battalions)가 전투에 투입된 모습.[이미지출처=russiabeyond.com]

사실 전시에 죄수로 구성된 부대를 보내는 일이 현대에는 흔치 않기 때문에 바그너그룹 용병부대의 모집과 이들의 전투는 전세계 미디어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만큼은 특별한 일로 비춰지진 않는 모습인데요. 그 이유는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대 이후 지금까지 전쟁이 발발할 때마다 '형벌부대(Penal Battalions)'라 불리던 죄수들로 구성된 군대를 많이 동원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에서 처음 이 형벌부대가 등장한 것은 1877년부터 1878년까지 이어졌던 튀르키예와의 전쟁 때라고 하는데요. 이때 병력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군은 시베리아 유형 등을 받던 죄수들을 대상으로 군에 복무하는 대신 형 집행 기간을 단축한다는 조건으로 형벌부대를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형벌부대가 대규모로 징집된 것은 1942년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던 시기로 알려져있습니다. 당시 이오시프 스탈린 정권은 무차별적으로 진격해 오는 나치 독일군을 막기 위해 징집할 수 있는 모든 남성들을 징집했는데요. 무려 3400만명에 달하는 징집 인원들 중에는 죄수들까지 포함돼있었습니다.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여있어서 앞뒤 가릴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죠.

이 형벌부대는 글자그대로 사형수부터 정치범, 살인범, 그리고 단순 절도 등 각종 잡범들까지 러시아 내 모든 죄수들을 끌어모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약 50만명에 달한 이들은 최전선의 가장 위험한 작전에 투입됐고 이들 중 3분의1에 달하는 17만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알려져있죠. 일각에서는 이들의 규모가 지뢰제거, 공수부대 등이 포함된 작전까지 합치면 100만명이 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들의 작전은 오늘날 바그너용병부대의 작전과 유사했습니다. 별다른 무장이 없이 형벌부대가 육탄돌격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정예부대들이 이 틈을 이용해 적을 기습하는 방식이었죠. 그러다보니 실제 살아남은 병사들도 많지 않았던데다 전후 소련에서도 일부 뛰어난 전공을 세운 이들을 제외하면 약속대로 사면받은 병사들도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역사(History)2 : 中 고대 진나라 때 이미 등장…고조선 침공에도 동원
중국 고대 진나라 때 병사들의 형상을 본따 만든 조각상들이 남아있는 시안의 병마용갱(兵馬俑坑) 모습.[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이 형벌부대는 사실 중국에서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수차례 전쟁에 동원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기원전 209년, 당시 중국 진나라에서 진시황이 사망한 이후 그의 후계자인 호해가 황제가 되자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는데, 병력이 부족해진 진나라에서 형벌부대를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한나라 때 역사서인 사기(史記)에 따르면 진나라 조정은 당시 장한(章邯)이란 장군에게 수도인 함양 일대에서 부역을 하고 있던 죄수 20만명으로 군대를 만들어 반란군을 토벌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당시 이 죄수들은 주로 전쟁 노예들로 구성돼 각종 토목공사에 동원된 민간인들이었는데, 장한은 이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켜 전국의 반란군을 토벌하는데 성공합니다.

장한과 진나라 조정은 반란군을 모두 토벌하면 이들의 죄를 사면하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준다고 약조합니다. 이 약조를 믿고 죄수부대는 전투를 거치면서 점차 강한 군대로 성장해갔죠. 하지만 이후 진나라 조정에서 반역죄를 무고하게 뒤집어 쓴 장한이 초나라의 항우에게 항복하면서 이들 죄수들은 모두 생매장 당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진나라가 멸망한 이후 들어선 한나라 때도 죄수부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원전 109년, 한나라의 무제가 위만조선을 공격할 때 5만명의 죄수를 동원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요. 이러한 기록들은 고대 중국에서 전쟁이 발생할 때마다 필요에 따라서 죄수들을 선봉부대로 활용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시사점(Implication) : 인해전술에 승자는 없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러시아 안팎에서는 이러한 형벌부대 동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고 합니다. 결국 이러한 전통적인 돌격작전은 일종의 '인해전술(human wave attack)'로 막대한 병력을 소모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결국 선봉에 세울 죄수들이 부족하면 병사들을 앞세워야하고, 병사가 부족해지면 다시 징집에 나서야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별다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점차 바그너그룹의 전술에 의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방어체계를 갖춘 우크라이나군의 역습에 휘말려 개별 전투에서 계속 패배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달 약 130대에 이르는 탱크를 잃을 정도로 참패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보다 징집 가능인구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소모전이 결국에는 러시아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역시 산업현장의 인력난이 심각해 계속 이런 소모전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미국, 중국보다 거의 2배 가까운 영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국의 절반도 안되는 1억4000만명 정도의 인구를 보유한 러시아 입장에서 인적자원을 대거 잃는 인해전술을 되풀이해 승리하는 것은 결코 승리라 부르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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