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기업 무더기로 ‘수출제재’ 때렸다…사이버안보 전략도 발표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을 무더기로 수출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군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미국이 중국에 '러시아를 지원하는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연일 압박을 가하던 중 나온 조치다.

미국 상무부는 2일(현지시간) AIF 글로벌 로지스틱 등 중국 기업 28곳을 비롯한 총 37개 기업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제재는 최근 정찰풍선 등으로 시작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며 "미국의 국익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보이는 기업과 단체의 미국산 제품 사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대표적인 기업은 중국의 항공·해상 물류기업인 AIF 글로벌 로지스틱, 중국 1위 서버 공급업체 인스퍼 등이다. 각각 이란 기업에 물품을 공급했다는 이유, 중국의 군 현대화를 위해 미국의 제품을 확보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제재 명단에 올랐다. 5G·소프트웨어 기업 쑤저우 센텍 커뮤니케이션 역시 인스퍼와 같은 이유로 제재 대상이 됐다.
중국의 최대 유전자 기업으로 알려진 BGI 그룹도 제재망을 피하지 못했다. 이 기업의 유전자 데이터 분석 활동이 중국 정부의 자국 내 감시 활동에 쓰일 수 있단 이유에서다. 로이터통신은 "BGI 그룹은 중국군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여 미 정부가 주시해왔던 곳"이라고 보도했다. 이밖에 파키스탄(4개), 미얀마(3개), 러시아(1개), 대만(1개), 벨라루스(1개) 기업 등이 러시아의 방위 산업에 기여했단 이유로 제재를 받게 됐다.

상무부의 이런 발표는 미국 정부가 동맹국에 대(對)중국 제재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의 '본보기식 제재'란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제재로 양국 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다만 제재 대상과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재무부의 제재와 달리 상무부의 제재는 수출업자가 제재 대상 기업에 미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막는 데 국한돼 "상대적으로 약한 조치"라고 WSJ는 설명했다.
미 상무부는 틱톡을 비롯한 여러 중국 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앱이 야기할 수 있는 안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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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찰국가 중추"…美 사이버안보전략 발표
한편 이날 미국 백악관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 이란을 '주요 사이버 위협'으로 명시하는, 새로운 국가 사이버 안보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의 경제적 안보와 번영을 성취할 수 있도록 사이버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핵심 인프라 부문에서 사이버 보안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대대적인 신규 입법도 추진한다.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을 '미국의 국익을 위협하는 최대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한 부분이다. 백악관은 "지난 10년간 중국은 지적 재산권 탈취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사이버 활동을 해왔다"며 "중국은 민간·정부 모든 영역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정찰 국가의 중추로, 디지털 독재의 비전을 국경을 넘어 확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악의적 활동에 대한 의지가 커지고 있으며, 암호화폐 절도 및 랜섬웨어 공격 등을 통해 핵 개발용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활동이 지속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의 국가 안보와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와 함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는 20여 년 전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사이버 보안 전략을 주기적으로 발표해왔지만, 중국을 직접적인 '해킹 배후'로 언급하진 않았었다"며 "그런 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전략은 여러모로 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사이버 보안 영역을 민간의 자율성에 맡기기보단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고 근본적 변화를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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