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서답 기자회견, 소통에 귀 막은 축구협회 [IS포커스]
이은경 2023. 3. 2. 07:34
설명인가, 동문서답인가. 지난달 28일 미하엘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보며 기자들, 그리고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본 팬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7일 새 대표팀 사령탑으로 위르겐 클린스만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날 감독 선임을 진두지휘한 뮐러 위원장이 미디어 앞에 섰다.
가장 궁금했던 건 ‘클린스만의 장점이 무엇인가’다.
클린스만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감독으로서 독일 대표팀을 3위로 이끌었다. 이건 17년 전 이야기다. 그는 이후 클럽팀 바이에른 뮌헨, 미국 대표팀, 헤르타 베를린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 내내 수뇌부와 원만한 관계를 갖지 못했다. 성격이 다소 독단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특히 2019년 11월 부임한 헤르타 베를린에서 구단 측과 불화 끝에 두 달 여 만에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고 팀을 나가버렸다. 이렇게 팀을 떠난 2020년 2월 이후 클린스만은 3년간 어느 팀의 부름도 받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 있었다.
클린스만이 과거 전술적인 측면에서 비판받은 적이 많다고 지적하자 뮐러 위원장은 “축구는 전술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의 장점은 “인간적인 면모, 강인한 성격”이라고 했다. 스타 플레이어를 다루는 능력이 좋다고 덧붙였다.
당초 그가 제시했던 감독의 조건 5가지는 ▶전문성 ▶감독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적 요인(한국에 상주하고, 유소년 축구에도 기여하는 등 대한축구협회가 요구하는 세부 사항에 대해 수용하는 부분을 뜻함)이다. 기자회견에서는 전문성이나 감독 경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인데, 뮐러 위원장은 동문서답으로 마무리했다.
2018년 8월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부임할 때도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미디어와 팬 대다수가 ‘중국에서 실패한 감독’ ‘이름값 떨어지는 감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시 김판곤 위원장은 선임 기자회견 자리에서 아주 명확하게 왜 그를 선임했는지 설명했다. ‘경기를 주도하고 지배해서 이긴다는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했다’는 게 첫 설명이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벤투 감독이 왜 적합한지도 풀어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대한축구협회는 현실적으로 필요한 기준을 완벽하게 설정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세심하게 감독을 뽑았기 때문에 카타르 월드컵 16강이 가능했다. 벤투 감독은 자신과 함께 움직이는 전문 코치진과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만들었고, 한국 대표팀이 점유율에서도 앞서는 축구를 하도록 체질을 바꿔 놓았다.
이러한 유산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질문에 뮐러 위원장은 “누군가의 스타일을 따라하면 안 된다. ‘강남스타일’ 노래처럼 한국의 스타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그동안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팬들이 또 궁금해 한 부분은 클린스만 신임 감독이 어떤 코치들과 호흡을 맞추는가였다. 현대 축구에서 감독 혼자 팀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뮐러 위원장은 “논의 중이라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답했지만, 외신에는 과거 클린스만 감독이 미국대표팀에 있을 때 코치였던 파올로 스트링가라(이탈리아) 코치가 합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3년의 공백기가 있는 클린스만은 ‘사단’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또 한가지 잡음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전력강화위원들이 의견을 내거나 참여하지 못한 채 이뤄졌다는 것이다. 사실상 전력강화위원회가 들러리였다는 분통 섞인 뒷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뮐러 위원장은 이런 말에 대해 “위원회와 모두 공유했다”고 원론적인 설명만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국제 축구계에서는 잊힌 지도자가 돼 버린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을 데려왔다. 그것도 충분한 내부 논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대체 왜? 모두가 궁금하지만 그 이유를 전면에 나서서 설명하고 포장할 만한 인재 한 명이 없는 게 대한축구협회의 현실이다.
뮐러 위원장은 두루뭉술한 원론적인 말을 모국어(독일어)도 아닌 영어로 하고, 이를 통역이 다시 전달했다. 그 과정은 질문할 여지를 원천봉쇄했다. 지루했던 기자회견은 대한축구협회가 소통에 뜻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였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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