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교장 "학폭이 법률가들 시장 돼버려 안타깝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다녔던 강원도의 한 자율형사립고 A교장은 지난 28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제자인 처지에서 그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매우 아꼈다. A교장은 “우리는 피해자 편에 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나친 마녀사냥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 변호사는 아들의 고교 시절 학교폭력 사건이 불거지며 사퇴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A교장은 사건 발생 당시엔 교감으로 재직 중이었다.
신상털기는 ‘마녀사냥…확대 재생산 우려
당시 상황에 대해 A교장은 “학교는 사안을 인지하면 매뉴얼대로 처벌한다”며 “특별히 뭔가 더 하거나 덜 할수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이뤄지고 있는 정 변호사 아들의 ‘신상 털기’에 대해서는 “지나친 마녀사냥”이라며 “가해자·피해자 모두 학생인데 사안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전학 처분에 불복한 학부모 정 변호사는 행정심판,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소송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전학 조치가 정당한 것으로 결론 났다.
가해 학생의 전학으로 사건이 마무리됐지만 A교장은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이 사안 뿐 아니라 현 학교폭력 제도가 학생을 전학 보내면 그걸로 ‘끝’이다”며 “학생들이 화해하고 용서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 부분은 우리 사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의 사례처럼 학교폭력이 부모가 나서는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아쉬워했다. A교장은 “이미 학교폭력은 법률가들의 시장이 됐다는 얘기가 많지 않나”라며 “학교폭력 사건 뒤에는 법적 다툼과 판결만 남는데, 피해·가해 학생의 화해와 치유를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폭력 소송전…아이 장래 위해 무조건 ‘불복’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졸업 후 2년까지 기록이 남기 때문에 가해자 학부모가 행정심판·소송으로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325건의 가해학생 불복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승소율은 17.5%(57건)지만, 진학에 불리할까 우려하는 학부모로서는 ‘불복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 학교폭력 담당 교사도 “학생부 기록은 학생 입장에선 ‘빨간줄’이나 마찬가지니까 부모가 치열하게 다툴 수밖에 없다”며 “사과하면 ‘가해자’로 확정되니 인정도 못 하고, 화해는 당연히 더 먼 일”이라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학폭위 심의와 조치 과정에서 갈등 조정, 진정한 사과, 화해와 치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상담·교육프로그램이 충실히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에 학교폭력 대책을 주문한 가운데,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학교폭력 사실이 있을 경우 대입에 반영하거나 대학 입학까지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A교장은 “이 사건을 ‘더 글로리’처럼 만들어 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끔찍한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복수극을 벌이는 드라마처럼 처벌과 복수에 초점을 맞추지 말자는 얘기다. A교장은 “대책을 만드는 분들이 너무 조급하지 않게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지·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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