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이면 살 만하다"...급매 쏟아졌던 그곳 거래량 급증

김원 2023. 3. 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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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저렴한 급매물이 거의 다 정리가 됐으며, 매수 문의도 지난해 말보다 크게 늘었다. 규제 완화 효과로 매수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 상가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의 얘기다. 그는 “요즘에는 최저가 매물보다는 선호도가 높은 동, 층을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서울 주요 아파트의 거래량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고가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매도 호가도 오르고 있다.

1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한 결과 서울 일부 대단지 아파트에서 지난 두 달(1~2월)간 거래량이 지난해 연간 거래량을 넘는 사례가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파크힐스(1976가구)의 경우 지난해 단 세 건만 거래됐는데, 지난 1~2월 두 달 동안에만 11건이 거래됐다. 전용면적 59㎡가 8건, 84㎡가 3건이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도 지난한해 총 거래량이 8건에 그쳤지만, 지난 1~2월에는 19건이 거래됐다. 성북구 하월곡동 월곡두산위브(5→10건), 강서구 마곡동 마곡수명산파크4단지(7→11건),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파크자이(11→15건), 강서구 마곡동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12→16건) 등도 지난 두 달 동안의 거래량이 지난해 연간 거래량을 뛰어넘었다.

송파구, 강동구 등 대단지의 거래량 회복세도 뚜렷하다. 9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1~2월 52건이 거래됐다. 지난해 연간 거래량(71건)의 73%다. 6864가구의 송파구 잠실동 파크리오(지난해 대비 66%),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65%), 고덕아르테온(4066가구·78%) 등도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지난 두 달간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곳은 그동안 투자 수요 유입이 활발했던 대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거래가 활발하고,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비교적 높아 갭투자(전세보증금을 승계해 매수) 등이 용이했던 단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투자자들의 급매물이 쏟아진 곳이기도 하다. 실제 국대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인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 84㎡가 2021년 9월 23억8000만원(30층)에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1월 4일 15억3000만원(1층)으로 8억5000만원 하락했다. 고덕그라시움 역시 전용 84㎡가 2021년 10월 20억원(13층)에서 지난 1월 20일 12억2500만원(1층)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나온 올해 초부터 급매물이 거래되기 시작했고, 실거래가도 바닥을 찍고 오르는 모양새다. 실제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2월 23일 18억9000만원(28층)에 거래되며 최근 최저가(15억3000만원)보다 3억6000만원 상승했다. 12억원 대로 떨어졌던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도 지난달 4일 16억원(23층)까지 반등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량도 증가 추세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408건으로, 지난해 12월(837건)보다 571건 늘었다.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088건으로 집계됐으며 아직 신고기한이 한 달이나 남아 있어 거래 건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아파트값(부동산원 기준)은 지난주 0.26% 하락하며 2주 연속 낙폭이 줄었다. 일각에선 “서울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부 대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서울 전체 아파트 시장에 온기가 돌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실제 주거 환경이 뛰어난 일부 대단지를 제외하면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가운데 지난해 거래가 단 한 건이라도 일어났던 단지는 3720곳인데, 올해 1~2월에는 1188곳에 그친다.

1만여 가구 규모의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의 올해 거래는 단 4건에 불과하다. 압구정동 현대1·2차 전용 131㎡는 지난해 6월 47억6500만원(3층)에서 12억1500만원이 떨어진 35억5000만원(2층)에 지난달 17일 손바뀜하기도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해 상반기 전후로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의 70% 수준이 돼야 진짜 바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표의 예상 밖 강세로 그간 힘을 받던 ‘기준금리 정점론’이 기로에 놓이면서 추세 전환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일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이 가격이면 바닥이 아니더라도 매수할만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고금리 등이 여전해 당분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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