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일타강사’ 요약 [정기수 칼럼]

데스크 2023. 2. 2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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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과 비유로 범죄 특징, 수법 일목요연….
민주당 의원들도 세뇌될 ‘강의’ 수준
이재명, 韓 연설에 눈 감고 들을 뿐
‘식물 대표’ 레임덕 이제부터 시작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상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체포 동의 요청 이유 설명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알만한 사람들에게, 이번 국회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본회의에 쏠린 관심은 가(可)냐 부(否)냐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 어떻게 창을 휘두를 것이냐였다. 이재명 체포안이야 부결될 것이 뻔하니 그거 구경이나 하자는 심리가 작용했다.


지난 노웅래 때 ‘부스럭’ 돈 받는소리 ‘특종’을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또 그가 무슨 논리와 구체적 사실 공개로 거대 야당 대표 범죄가 확실함을 국회의원과 국민에게 호소할 것인지 침을 삼키며 기다린 것이다. 결과는 한동훈 연설도, 표결 결과도 기대를 넘은 것이었다.


찬성과 반대가 139-138, 1표가 더 체포 쪽에 많았다. 그리고 요망한 게 무효표 11개였다. 기권 9표야 늘 있었던, 중립 내지는 비겁한 침묵이라 하더라도 가인지 부인지 못 알아먹게 쓴 그 저의가 무엇이냔 말이다.


아무리 ‘이 아무개’를 지칭하는 이모와 ‘엄마의 자매’ 이모를 구분 못 하는 수준이라지만, 부(否)와 무(無) 글자도 제대로 못 쓰기야 하겠는가? 그래서 이건 고의적인 무효표 만들기로 보인다.


기권은 누구인지 드러나지만, 무효는 감춰진다. 개딸들의 색출 공세를 피할 수 있다. 그러면서 가결에 표를 보태는 것도 아니니 부결시키면서 가결 효과를 얻는다. 그들 말대로 ‘범죄자 당 대표’ 이재명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비명(非 이재명)계 의원들이 암묵적으로 이런 작전을 사전에 짰을 수도 있다. 표결 직전 한동훈이 회기 중 현역 의원 체포동의안 요구를 한 정부 대표로서 보고한 내용에 영향(좋은 의미로 세뇌)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울고(찬성하고) 싶은데 뺨을 때려 준 셈이다. 한동훈은 그럴 만한 능력과 사실(팩트) 증거를 갖추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는 설명을 국민에게 아주 잘하는, 유능한 기자와도 같다.


한동훈은 이날 설명 연설을 하기 며칠 전 맛보기 예고편을 보여 줬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말씀이 점점 험해지시는 것 말고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늘 본인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1시간 넘게 하신 듯한데, 바로 그 얘기를 판사 앞에 가서 하시면 된다.”

여기서 판사란 재판을 하는 판사가 아니다. 구속 영장 심사를 할 때도 판사가 하고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그에게 구속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다.


한동훈은 국민에게 그 과정을 설명하며 이재명을 할 말 없게 만든 것이다. 국회의 체포 동의는 바로 구속하자는 게 아니고 범죄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을 그 판사 앞에 서도록 하는 절차란 것을 그는 강조하고 싶었다.


이재명이 66분 동안 자기 입장을 밝힌 기자간담회는 검찰 수사가 재탕된 게 아니고(이전 수사는 문재인 검찰의 봐주기였으니까) 그 자신의 정치적 구호, 주장의 재탕이었다.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 가고 있는 폭력의 시대다. 15년간 계속 반복된 논란을 두고 여전히 재탕, 삼탕이 이뤄지며 새로운 일이 있는 양 조작과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한동훈은 국회 ‘본영화’에서 핵심을 찌르는, 요약정리를 했다.

“요약하면, 성남 시민의 자산인 개발 이권을 공정 경쟁을 거친 상대에게 제값에 팔지 않고, 미리 짜고 내정한 김만배 일당에게 고의로 헐값에 팔아넘긴 것이고, 그래서 주인인 성남 시민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를 준 범죄다.”

이 대목에서 그는 잘 쓰는 설명문에 빠져서는 안 되는 양념, 즉 딱 맞아떨어지는 비유를 가미했다.

“영업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원에 판 것이다. 여기서 주인(시민)은 90만원의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원이라도 영업사원(시장)이 벌어준(이재명이 주장하는, 이익을 환수한) 것 아니냐는 변명이 통할 수는 없다.”

그는 ‘땅 짚고 헤엄치기’, ‘수험생이 시험 문제 직접 출제’라는 표현도 사용하며 의원들 마음을 흔들었고, 이재명은 그의 신랄한 ‘일타강사’ 강의에 눈을 감았다. 힘없는 실소가 그를 더욱 힘없이 보이도록 했다.

“대형 부동산 개발은 첫째가 토지 확보(땅 작업)이고, 둘째가 인허가다. 이 두 가지를 관에서 확실히 해결해 주고, 경쟁자도 확실히 제거해 준다면, 민간업자 입장에서는 아무런 리스크도 없는 땅 짚고 헤엄치기다. 이 시장 측은 공모 지침서를 남욱, 김만배 일당과 함께 만들었다. 아예 수험생이 시험 문제를 직접 출제하게 한 ‘사기적 내통’의 결과, 일당은 3억5000만원을 투자하고 그 2000배가 넘는 7886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겼다.”

한동훈은 성남FC 건에 대해서는 인허가 장사, 흥정, 뇌물이라는 말로 시장의 지역 토착 비리 혐의를 질타하며 본회의장 맨 뒤에 앉아 있는 이재명이 차마 눈을 못 뜨도록 했다.

“성남FC의 부도라는 이 시장의 정치적 부도를 모면하기 위해 인허가권을 거래하듯이 팔았다.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는 만만한 관내 기업체를 골라서 먼저 흥정을 걸고 뇌물을 받았다. 기업들이 이재명 시장을 믿지 못하고, 약속한 청탁을 실제로 들어주는 것을 건건이 확인하고 나서야 ‘할부식 후불제’로 뇌물을 지급했다. 불법 대가성이 이렇게 명확하고 노골적이었다.”

윤석열-한동훈 검찰을 일선에서 지휘하는 수장 이원석도 한동훈 못지않은 사건 특징 요약, 수사(修辭) 능력이 있다. 그 또한 ‘유능한 기자’다.

“검찰총장은 (이 대표 사건을) 지방 권력과 부동산 개발업자 간 불법 정경유착으로 지역 주민과 지자체에 돌아가야 할 대규모 개발 이익을 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 가지도록 한 지역 토착 비리로서, 극히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구속 영장 청구 관련 대검찰청 입장)

민주당 친명 방탄 원내 지도부는 “체포안 부결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라고, 실패로 끝난 연극이 끝난 뒤의 메아리 없는 자위(自慰) 평을 했다.

“검찰의 영장이 얼마나 무도하고 부당한지 재확인됐다. 민주당은 법치를 가장한 윤석열 정권의 사법 사냥과 야당 탄압에 결연히 맞서 이겨내겠다.”

비명계의 반란에 의한 ‘사실상 가결’은 이들 의원의 이재명 밀어내기 작업이 시작됐음을 뜻한다. 이로써 이재명의 레임덕은 시작됐고, 곧 ‘식물 대표’가 될 그를 한동훈과 이원석 검찰은 추가 수사로 더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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