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37표에 비명도 "충격"…개표후 눈 감은 李 '정치적 치명상'

강보현, 조수진 2023. 2. 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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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투표용지의 표기에 대한 해석 문제로 검표가 중단된 상황이 발생했다. 이날 이 대표가 표결 결과발표를 듣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거야(巨野)의 저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대표는 가까스로 구속 위기만 면했지만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汎)민주당에서 37명의 ‘이탈표’가 나와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 첫 안건으로 이 대표 체포안을 무기명 투표에 부쳤다. 재적의원 299명 가운데 구속된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과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불참해 297명(재석)이 투표했다. 결과는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따라서 출석의원 과반(149표)에서 10표가 부족해 이 대표 체포안은 부결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던 민주당 지도부는 '박빙 부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 수치상으로도 체포안 찬성(139표)이 반대(138표)보다 한 표 많았다. 이날 본회의엔 민주당 의원 169명이 전원 참석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5명(김진표·민형배·박완주·양정숙·윤미향)과 이미 부결 의사를 밝힌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까지 합치면 범민주당 의원은 175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37명이 체포안 찬성이나 무효·기권으로 ‘방탄 대열’에서 이탈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범민주당 의원 가운데 17명이 체포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체포안을 찬성하는 의원 수는 국민의힘 114명, 정의당 6명,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무소속 양향자 의원 등 122명으로 추산됐는데, 이보다 17표 많은 찬성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투표 결과는 최근 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인 최근 표결과도 극명히 대비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지난 8일)의 경우, 무려 179명이 민주당 당론과 뜻을 같이했다. 당시 정의당(6명)이 민주당과 뜻을 같이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민주당 ‘단일 대오’의 힘을 보여준 결과였다. 지난해 9월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국민의힘·정의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재석 의원 170명 중 168명 찬성으로 무난히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이날 이 대표 체포안 반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 15일 민주당 노웅래 의원(161표) 때보다 23표 적은 숫자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을 나오면서 “검찰의 영장 청구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을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확인했다”며 “검찰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당내와 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 수렴해서 힘을 모아 윤석열 독재 정권의 ‘검사 독재’에 강력하게 맞서 싸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예상보다 이탈표가 많지 않았냐'라는 취지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엔 당혹감이 흘렀다. 개표 직후 이 대표는 지그시 눈을 감았고, 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각자 모니터만 바라본 채 숨죽여 있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조차 “(이탈표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 예상 못 했다. 충격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일방주의 지도부에 대한 경고”라고 전했다.

여당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록 부결됐지만, 이재명에 대한 불신이고 사실상 가결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은 138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범죄자 방탄에 앞장섰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부결됐지만, 국민의힘의 완전한 승리”(영남권 의원)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리더십의 붕괴’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 대표 체제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도는 하락했고, 이 대표 구속을 요구하는 비율도 훨씬 높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방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이 대표가 ‘검사 독재’만을 반복해서 외칠 뿐, 당 내부를 향해 어떤 정치적 해법도 제시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성지원·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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