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년, 다시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이두희 기자]
▲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하는 간담회 |
ⓒ 416해외연대 |
다가오는 4월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년이 된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국가는 그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 많은 부분들이 의문으로 남아 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야속한 시간만 계속 흘러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뒤에 한국 사회가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태도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하게 했다.
지난 26일,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하는 간담회'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416해외연대, S.P.Ring세계시민연대, 미시간 세사모, 샌프란시스코 공감 등 4개 단체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 소속 임원과 416연대 관계자가 함께 하여 유가족들의 근황과 현재 활동 소식, 그리고 9주기를 맞아 풀어갈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묵념과 참여단체 소개, 가족협의회 활동 영상 소개 뒤에416연대 사무처장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활동 종료에 대한 내용 정리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보고가 있었고, 가족들과의 간담회가 이어졌다. 보고를 통해 416연대 김선우 사무처장은 앞으로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 국가책임 인정 및 후속 조치 이행, 추가 진상규명 착수, 책임자 처벌, 피해자 권리와 시민안전을 위한 입법, 기억/추모 사업의 추진과 공감 확대를 내세웠다.
이어서 진행된 간담회에는 가족협의회에서 진윤희 어머니 김순길 사무처장, 이창현 어머니 최순화 대외협력부서장, 정동수 아버님 정성욱 진상부서장, 신호성 어머니 정부자 추모부서장이 참석하여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순길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의 침몰원인,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재판에서 인정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서, 참사 과정과 특조위 방해 등 드러난 모든 문제에 대해 정확히 책임을 지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진상규명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의 질문은 특히,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문재인 정권하에서 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윤석열 정권에서의 과제는 무엇인지에 집중되었다.
이에 대해 정성욱 진상규명부서장은 "문재인 정권은 사참위와 특검 뒤에 숨어 있었다. 면담요청도 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할 것도 요청했지만 전부 무시했다"며 오히려 정부가 조사를 방해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조사할 기구나 방법조차 존재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며, 그동안 나왔던 조사 기록과 가협 자료를 목록, 분류화해서 조사한 것과 조사하지 않은 것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권이 바뀌면서 시민사회단체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변했고, 이로인해 진상규명 활동을 위한 상황이 좋지 않음을 강조했다. 최순화 대외협력부서장은 "이태원참사 이후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 이야기도 나온다. 이태원 참사 활동가들도 세월호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를 보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세월호 때처럼 강력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정부가 처음부터 덮고 무시했기 때문에, 국민들도 무기력에 빠진 것 같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생명안전공원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예정대로라면 올 5월에는 착공을 해야 하지만,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정부자 추모부서장은 "국민의힘에서 시장이 되면서 가족하고 접촉하는 게 줄어들었다. 예산을 기재부에서 결재해 주지 않으면 다시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라며 "시장은 원래대로 하겠다고 언급은 하지만, 담당 공무원이 자주 바뀌면서 업무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제대로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도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설명하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9년이 지났음에도 이렇다할 변화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된 간담회여서인지, 답답한 현실을 토로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주저앉아 있을 가족들이 아니다. 4.16합창단은 두 번째 음원녹음 준비 중에 있고, 극단 노란리본은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3월 초엔 사참위 보고서 요약본을 토대로 전국에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하는 간담회 유튜브 동영상 https://youtu.be/d_JdrbE-ZX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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