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송파 재건축 속도전…올해 서울서 4만가구 안전진단 통과

황의영 2023. 2. 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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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5단지와 6단지 모습. 뉴스1

1985~88년에 지어진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 건물 외벽은 군데군데 갈라졌고 주차 공간이 부족해 밤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이들 단지는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후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지난해까지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달 목동 3·5·7·10·12·14단지 등 6곳이 안전진단을 통과한 데 이어 1·2·4·8·13단지도 다음 달 재건축 확정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이종헌 목동아파트 재건축준비위원회 연합회장은 “정권이 바뀌자 재건축 걸림돌이 사라졌다”며 “5년간 안전진단 단계에 묶여 있었던 만큼 후속 절차인 정비계획 수립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멈춰 섰던 서울의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계로, ‘예비안전진단→1차 정밀안전진단→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된다. 이 문턱을 넘어서야 정비구역 지정이 되고 조합을 꾸릴 수 있다.

26일 서울의 각 구청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재건축 추진 단지 22곳이 ‘안전진단 통과’를 통보받았다. 총 3만7515가구 규모다. 특히 양천구에서 목동신시가지 6개 단지 등 7곳이 무더기로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노원구에서도 상계주공 1·2·6단지 등 6곳이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송파구에서는 ‘재건축 대어’인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를 비롯해 한양1차, 풍납미성, 풍납극동 등 4곳이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신 단지들도 재도전에 나선다. 광진구 광장극동은 최근 광진구청에 정밀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했다. 이 단지는 지난 2021년 10월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했다. 그동안 눈치를 보던 고가 아파트도 다시 시동을 걸었다.

서초구 삼풍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위해 주민을 대상으로 모금에 나섰고,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은 2차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1~3년 전 탈락한 곳은 물론 정부 규제로 머뭇거리던 단지들도 안전진단에 돌입했다”며 “재건축 사업의 물꼬가 트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안전진단 절차에 탄력이 붙은 건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5일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췄다. 건물이 당장 무너질 위험이 없어도 녹물이나 주차장 부족 때문에 생활이 크게 불편하면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2차 안전진단 문턱도 대폭 낮췄다. 1차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별 하자가 없는 한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밀어줄 때 진도를 빼야 한다'는 심리가 주민들 사이에 퍼져 있는 것이다.

안전진단 벽을 넘자 일부 단지는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늘고 있다. 양천구 목동 1~14단지의 경우 올해 1~2월 거래량은 40건(중개 거래 기준)으로, 지난해 11~12월(16건)의 두 배가 넘었다. 하지만 집값이 뛰진 않는 모습이다. 목동 14단지 전용면적 55㎡는 이달 9억2900만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12월(10억3000만원)보다 1억원가량 하락한 금액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위원은 “시장 상황이 안 좋고 재건축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집값이 들썩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재건축 첫발을 뗐지만, 추후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도 쉽지 않다. 고금리와 주택 경기 침체로 재건축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고, 수익성을 갉아먹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사업이 후반으로 갈수록 초과이익환수제가 발목을 잡는다”며 “이걸 폐지해야 추후 주택 공급이 늘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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