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2’ 최홍일 “‘호구형’ 별명 마음에 들어..더 불러달라” [IS인터뷰]

2023. 2. 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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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카지노' 시즌2에 출연한 배우 최홍일이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2.21/

디즈니+ 드라마 ‘카지노’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다. 시즌2에는 수백억 매출의 우삼 정밀기계 대표로 차무식(최민식)의 설계에 걸려들어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게 되는 인물 정석우(최홍일)가 등장한다.

무식의 작은 호의에 혹하고, 도발에 걸려들고, 결국 수십억원을 빌려가며 돈을 펑펑 써가는 ‘그라데이션 중독’ 연기에 시청자들은 ‘호구형’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환갑이 다된 배우에게 당황스러운 별명일 수 있는데, 최홍일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지난 21일 ‘일간스포츠’ 사옥에서 지난 40여년간 연기 인생을 살아온 배우 최홍일(59)을 만났다.

“사실 ‘호구’라는 별명이 저는 좋아요. ‘카지노’ 촬영할 때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었는데 주변에서 잘 했다고 하고 의외로 반응이 좋았거든요. 또 유튜브에서 어떤 분은 제 성대모사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청자들의 별명은 곧 관심이기에 ‘호구형’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라고. ‘호구형’의 캐스팅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최홍일은 “예전에 저예산 영화를 찍으면서 강윤성 감독을 알게 됐다”며 “길에서 우연히 강윤성 감독을 자꾸 마주쳤다. 한 세 번쯤 만나니까 저도 신기해서 ‘길에서만 만나지 말고 현장에서 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마침 강윤성 감독은 ‘카지노’ 대본을 집필 중이었고, 최홍일 캐스팅을 확정했다고 한다.

캐스팅 후 최홍일은 도박 관련 서적과 시사 프로그램을 찾아보며 캐릭터 연구에 나섰다. 최홍일은 “‘카지노’처럼 정말 중소기업 사장님이 도박으로 200억을 날린 인터뷰를 봤다”며 “도박으로 한 인간이 파괴되는 과정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더라. 심한 경우는 도박으로 가정이 파탄났는데, 딸이 20년만에 전화해서 결혼식에 초대했다. 그런데 그 결혼식 축의금을 가져와서 또 도박을 한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시즌2에 출연한 배우 최홍일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2.21/


“전 도박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도박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칩을 만지고, 카드를 어떻게 뒤집는지까지 찾아봤어요. 주머니에 소품용 카지노 칩을 넣어 두고 매일 호두 만지듯이 손에 익혀갔습니다.”

‘카지노’ 촬영을 위해 간 필리핀에서는 하루 종일 카지노장을 서성이며 사람들을 관찰했다. 최홍일은 “아마 카지노 직원들이 저를 매우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 매일 가는데 도박은 안 하고, 사람들만 실컷 쳐다보고 있었다”며 “어느 날은 거기서 지인을 만나기도 했다. 그래서 내부에 큰 금액으로 베팅하는 장소까지 가서 구경했다. 거기서 보니 정말 하루 아침에 200억을 잃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차무식과 ‘찰떡’ 호흡을 맞춘 정석우가 탄생했다. 최홍일은 차무식을 연기한 최민식과의 연기에 대해 ‘고수와 두는 바둑’같았다고 평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가 현장에서 최민식을 만나서 ‘정말 존경했다’고 하니까, ‘그러지 마시라’고 고사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연기를 잘 하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바둑을 둘 때 고수하고 함께 두면 자기도 모르게 실력이 성장한다고 하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신기하게 최민식과 함께 촬영하는 장면은 NG없이 한두번에 다 오케이가 나더라고요. 그만큼 최민식이 제 연기를 잘 받아줬고, 감독님도 오픈 마인드로 대해주셔서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최민식을 ‘고수’라고 평하는 최홍일 본인도 사실 지난 1984년 영화 ‘너무합니다’로 데뷔해 40년 가까이 연기 생활을 이어온 숨은 고수다. 영화 제작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뀐 역사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삶 자체가 영화 현장이었던 그는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누군가가 나를 계속해서 캐스팅해줘서 그런 것”이라며 “배역이 크던 작던 감독에게는 모든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이다. 거기에 불러주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시즌2에 출연한 배우 최홍일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2.21/


“제가 사실 딱히 좋아하는 일이 없어요. 등산이라든지, 낚시라든지, 하다못해 도박도 재미가 없고요. 술도 못 먹고, 자전거도 못 타거든요. 그런데 딱 하나 재밌는 게 걸어 다니면서 대본을 읽는 걸 좋아해요. 가방 안에 대본 넣고 제가 맡은 캐릭터를 상상하고 있으면 그게 제일 행복한 거에요.”

최홍일은 ‘카지노’ 이후 새로운 작품으로 송강호의 첫 드라마 ‘삼식이 삼촌’에 캐스팅됐다. 그는 “아직 촬영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기대가 되는 작품”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아마 배우들은 다 천당 갈 거에요. 왜냐면 연기만 해왔지 다른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안 해왔으니까요. 연기를 하며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 그런 꿈을 갖고 있다면 ‘잘 버티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 연기로 누군가에 작은 위안이 되고, 작은 감동이 된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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