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미국 총기 규제의 현실과 한국

2023. 2. 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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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밤(현지시간) 필자가 재직 중인 미국 미시간 주립대(MSU)에서 무차별 총격사건이 발생해 학생 3명이 사망하고 5명은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대형 총기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연히 미국 대다수의 국민은 총기 소유 규제를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에서는 왜 총기 규제가 어려운 것일까? 우선 호신용 소형 권총은 물론 대형 살상 무기도 구매하기에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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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지난 13일 밤(현지시간) 필자가 재직 중인 미국 미시간 주립대(MSU)에서 무차별 총격사건이 발생해 학생 3명이 사망하고 5명은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대형 총기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2년 무려 647건이 발생했고 올해도 벌써 70건을 넘어섰다. 학교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과거 상당수의 대형 총기 사고가 초등학교로부터 대학까지 발생했다. 이에 따른 불안감은 교육여건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의 침체를 가져온다. 일부 지역은 공권력 치안에서마저도 방치된다. 디트로이트 일부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1987년 영화 로보캅(RoboCop)이 그렸던 미래상이 현실이 된 모양새다.

당연히 미국 대다수의 국민은 총기 소유 규제를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에서는 왜 총기 규제가 어려운 것일까? 우선 호신용 소형 권총은 물론 대형 살상 무기도 구매하기에 너무 쉽다. 식료품점 일부 코너에서 총기를 판매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웃어 넘길 수 없는 18세 한 청년의 사회적 실험이 있었는데, 이 청년이 가게에서 술과 담배를 구매하고자 하니 모두 거절됐지만 총기는 아주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과거 범죄 경력이나 정신 건강 등 기본적 배경조사도 없었고 오히려 권하는 모습이었다.

총기 규제 강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더라도 실제로 이를 제도화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우선 전미총기협회(NRA)가 해마다 지불하는 엄청난 규모의 로비가 장벽이 된다. NRA는 미국 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익단체로 지난 2021년 통계를 보면 한 해 정치활동 지원 로비에만 490만달러 이상을 사용했다. 이들은 단순히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방 및 각 주 차원에서 기존의 총기 소유 규제마저도 철폐하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 로비를 넘어선 이 단체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은 꾸준히 증가하는 회원수에도 있다. 그 수가 2022년에 벌써 500만명을 넘어섰다. 회원들의 활동 내용도 방대해 NRA의 연간 예산은 대략 2억5000만달러에 이르고 교육, 각종 총기홍보 행사, 법률 활동 등 전방위에 사용된다.

정치인들이 표심에 굴복한 결과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연방 총기 규제 법안은 초기 단계부터 하원에서 가로막히는 구조다. 선거구 유권자 인구 구성이 하원의 총기 옹호 분위기를 만든다. 총기 소지자가 많은 비도시 지역 선거구가 대도시의 선거구보다 많아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정치인 수가 역부족인 것이 이유이다. 총기 규제 법안이 하원의 벽을 넘더라도 비도시 지역 의원 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상원을 통과하기는 더욱 어렵다.

총기 규제 법안이 설사 모든 정치적 장벽을 넘는다 하더라도 미국의 사법체계는 사실 훨씬 더 높은 장벽이다. 미국 대법원은 이미 두 차례나 수정헌법 2조를 명시해 권총과 같은 개인용 무기의 소지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고 판결한 전력이 있다.

한국은 다행히 총기 규제가 잘 된 나라 중 하나이다. 대형 총기 사고는 전무하고 불법 총기 사고도 지난 2017~2021년 사이 단지 17건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외국에서 총기 부품을 들여와 사제 총기를 만들거나 판매하는 경우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불씨가 중요한 일이 있다. 관심을 두고 더 조심할 일이다.

김규일 미시간 주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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