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업계 1위 롯데백화점···‘초대형’ 잠실점+’프리미엄’ 본점 ‘쌍끌이’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2. 2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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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오랜만에 웃었다. 2022년 매출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이후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가 넘게 늘어나는 등 수익성 개선에도 성공했다.

그간 롯데백화점은 백화점업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대비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더현대 서울’로 잭팟을 터뜨린 현대백화점, ‘럭셔리’에 방점을 찍고 승승장구 중인 신세계백화점과 비교해 이렇다 할 성과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물간 백화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가던 중이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점은 뜻깊다. 2022년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이라는 기치 아래 추진한 다양한 노력이 리오프닝 훈풍을 등에 업고 열매를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지난해 에비뉴엘, 롯데몰을 통합 운영하며 다양한 이벤트로 관심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잠실 롯데월드몰 아트리움 광장에 열었던 체험형 테니스 팝업 스토어 ‘더 코트’.
지난해 5월에는 부산 시그니엘 호텔에서 국내외 유명 갤러리 12곳과 30여개 디자인·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참여하는 ‘롯데아트페어 부산 2022’를 개최했다. (롯데백화점 제공)
비결 1 매출 1위 ‘잠실점’의 변신

‘초대형 복합 쇼핑타운’으로 거듭

롯데백화점은 그간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중성’과 ‘럭셔리’, 두 가지 방향성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은 탓에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포지션을 취하게 됐다는 평가였다.

롯데백화점은 ‘점포별 콘셉트’를 달리 잡는 것으로 딜레마를 극복한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매출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잠실점’과 ‘본점(소공동)’의 변신이 대표적이다. 잠실점은 ‘초대형 복합 쇼핑타운’으로 대중성을, 본점은 ‘프리미엄 백화점’으로 럭셔리를 지향하며 콘셉트를 명확히 한 것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먹힌 모습이다.

‘잠실점’은 지난해 백화점과 명품 특화 점포 ‘에비뉴엘’, 대형 쇼핑몰인 ‘롯데몰’을 통합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월 롯데자산개발로부터 롯데몰 사업권을 넘겨받은 결과다. 콘서트홀, 아쿠아리움, 잔디광장 등 기존 롯데몰이 보유한 다양한 시설을 백화점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고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잠실점은 전에 없던 이벤트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6월 잠실 롯데월드몰 아트리움 광장에 테니스를 테마로 열었던 체험형 팝업 스토어 ‘더 코트’ 행사가 대표적이다. 볼 머신에서 나오는 공을 직접 쳐볼 수 있는 미니 테니스장을 비롯해 윌슨·나이키·아디다스 등 인기 테니스 브랜드 제품을 대거 들여왔는데, 열흘 동안 약 20만명이라는 역대급 규모 방문객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월 ‘발렌티노 뷰티’, 8월에는 인기 도넛 브랜드 ‘노티드’와 ‘에스티로더’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지난 12월에는 ‘잔망루피’ 캐릭터 팝업 스토어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객이 몰려오면서 자연스럽게 매출이 늘었다. 잠실점 지난해 매출은 2조598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조7973억원) 대비 45% 가까이 늘었다. 롯데백화점 최초 ‘2조 클럽’에 가입하는 겹경사까지 맞이했다.

비결 2 본점은 ‘프리미엄 전략’

대규모 리뉴얼로 명품 상권 조성

롯데백화점 본점 역시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인 1조9343억원을 달성했다. 잠실점과는 달리 ‘프리미엄’에 방점을 찍었다. 2021년부터 진행해온 대규모 리뉴얼을 살펴보면 그 방향성이 명확하다. 기존 ‘남성패션관’은 ‘남성해외패션관’으로 전면 개편하고 톰포드·발렌티노·발렌시아가 등 남성 해외 패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키는 등 고급화에 주력했다. 2층 역시 ‘여성해외패션관’을 테마로 ‘마르니’ ‘셀린느’ ‘메종마르지엘라’ 등 총 30여개의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았고 3층에는 새롭게 ‘해외슈즈관’을 열었다. 국내 백화점 중 가장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한 ‘뷰티관’도 구성했다. 프리미엄 매출 증가에 힘입어 외국인 매출도 급증했다.

운도 따라줬다. 본점에 위치한 명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특구다.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대폭 늘었고 본점을 포함한 명동 상권이 활기를 되찾았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본점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배가량 증가했다. 여기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본점에서 1년여 동안 준비한 ‘크리스마스 장식’도 한몫했다. ‘크리스마스 드림 모먼츠’를 테마로 전개한 화려한 외관 장식은 매일 수많은 인파를 불러 모았고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다.

비결 3 MZ 겨냥…“더 젊게”

아트페어·쓰레기 줍기 행사 ‘구름 인파’

점포 리뉴얼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그간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받아온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여러 시도도 눈길을 끈다. ‘예술’ ‘ESG’ 등 기존에 접근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먼저 ‘아트(예술)’를 전략적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낙점했다. 2021년 9월, 아트 분야 전문성을 확대하기 위해 ‘아트콘텐츠실’을 새로 조직하고 여러 전문가를 영입했다. 이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전개해나가는 중이다. 3월에는 롯데백화점 사회 공헌 활동 프로그램인 ‘리조이스’와 연계, 국내 유명 여성 작가 40인과 함께 ‘리조이스전(展)’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리조이스전을 시작한 동탄점 갤러리에는 작품을 구입하기 위한 고객들로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5월에는 부산 시그니엘 호텔에서 국내외 유명 갤러리 12곳과 30여개 디자인·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참여하는 ‘롯데아트페어 부산 2022’를 개최했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아트 부산’을 앞두고 열린 아트페어에는 일반 고객뿐 아니라 수많은 컬렉터, 전문가까지 몰려들었다. 잠실점에는 유통업계 최초 오프라인 NFT 전시 공간 ‘넥스트 뮤지엄’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예술 공간을 꾸리기도 했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한 ‘ESG 행사’도 주목받는다.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펀(FUN) ESG’ 행사를 앞세워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지난 6월 롯데백화점은 ‘다시 지구를 새롭게’라는 슬로건과 함께 환경 캠페인 ‘RE:EARTH(리얼스)’를 론칭하고 본격적인 ESG 활동에 나섰다. 특히 지난여름 휴가철을 맞아 제주 월정리 해수욕장과 강원도 양양 중광정 해수욕장을 방문해 ‘비치코밍(Beach Combing)’ 이벤트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비치코밍’은 바닷가로 떠밀려온 쓰레기 등을 거둬 모으는 행위를 ‘빗질’에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사전 접수 참여 인원의 80%가 2030 젊은 층이었을 정도로 MZ세대 반응이 좋았다. 10월에는 서울 도심 일대를 정화하는 ‘시티 플로깅’을 진행하기도 했다. 약 4000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총 2만ℓ가량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안팎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11월에는 백화점에서 쓰였던 버려질 현수막 등을 회수해 카드지갑, 가방 등을 만들어 파는 ‘업사이클링 팝업 행사’도 전개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트와 ESG 관련 행사를 통해 백화점 이미지를 제고하고 젊은 고객 관심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신선하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구축해나가는 데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7호 (2023.02.22~2023.02.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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