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주인, 올해 안에 바뀌나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2. 2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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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회장 또 패배…한앤코의 남양, 과제는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막바지에 들어선 모습이다. 남양유업 지분 매각을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법원이 2심에서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아닌 국내 사모펀드 운영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 손을 들어줬다. 홍 회장은 지난해 9월 1심 패배 결과에 불복하며 즉각 항소했지만 약 4달 만에 진행된 최근 2심에서도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홍 회장은 또다시 상고 계획을 밝혔지만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남양유업 주인이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 빠르면 올여름에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양유업 지분 매각을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법원이 2심에서도 국내 사모펀드 운영사 한앤컴퍼니 손을 들어줬다. 사진은 2021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대국민 사과 발표 장면. (매경DB)
홍 회장 ‘매각 철회’로 경영권 분쟁

法 “지분 넘겨야”…2심 판결 ‘속전속결’

지난 2월 9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는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 등 3명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당초 계약대로 홍 회장 남양유업 지분을 한앤코에 넘기는 것이 맞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남양유업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의 시작은 2021년 4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당시 남양유업이 진행한 ‘불가리스 홍보 행사’가 도화선이 됐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내용의 내부 연구소 결과물을 공식 발표했지만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면서 엄청난 비난 여론과 불매 운동에 맞닥뜨리게 됐다. 결국 홍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모든 경영권을 내려놓고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해 5월 남양유업은 한앤코에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전량인 약 5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홍 회장이 돌연 ‘매각 철회’를 통보하면서 상황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한앤코가 홍 회장에게 별도로 약속했다는 ‘백미당 분사’ ‘오너 일가에 대한 임원 처우 보장’ 등이 지켜지지 않았고, 계약 당시 홍 회장 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한앤코도 담당한 이른바 ‘쌍방 대리’ 의혹을 제기하며 ‘계약 무효’를 주장한 것. 이에 한앤코가 홍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의무를 촉구하는 거래 종결 이행 소송을 제기하면서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소송전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결과는 한앤코의 ‘완승’, 홍 회장의 ‘완패’다. 1심 당시 재판부는 “계약서 어디에도 백미당 분사나 오너 일가 처우에 대한 문제를 확약했다는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또 김앤장은 홍 회장 측을 ‘대리’한 것이 아니라 ‘자문’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2심 역시 유례없이 속전속결 진행됐다. 홍 회장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민사소송 2심은 통상 8~10개월이 걸린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추가 변론 기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즉 4개월 만에 진행된 이번 2심 소송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법원은 사실상 ‘더 들어볼 얘기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피고(홍 회장 측)가 추가로 신청한 증거가 1심에서 이뤄진 증거 조사에 꼭 추가해 고려할 만한 사항인지 판단해보면 추가 증거 합당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며 “증인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고 했다.

본 소송과 별개로 진행된 소송에서도 홍 회장 측이 졌다. 지난해 12월 홍 회장 측이 한앤코에 제기한 310억원 상당의 위약벌 소송도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리며 홍 회장 측에 위약벌을 포기하라고 권고했다. 위약벌은 채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정하는 벌금을 말한다. 홍 회장이 불복하며 항소했지만 법원은 올해 1월 항소장 송달료 보정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항소장 각하를 명령했다. 쉽게 말하면 항소심에 필요한 비용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얘기다.

홍 회장이 상고 계획을 밝혔지만 법원 판결이 비교적 선명한 만큼, 이르면 올여름 대법원 판결까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3심은 변론 기일 없이 바로 판결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앞선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대법원이 별도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인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재판이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앞서 나온 변론과 별다른 내용이 없다면 오는 7월 전에 심리불속행으로 재판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 후에도 홍 회장이 과거 보여준 행보처럼 이행을 지연한다면 한앤코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가
대주주 눈앞…한앤코 남은 과제는

기업가치 회복·리브랜딩 ‘절실’

한앤코가 승기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남은 과제도 만만찮다. 가장 시급한 일은 훼손된 기업가치를 회복하는 일이다.

한앤코는 남양유업 지분 약 53%를 인수하는 데 3107억원을 투입했다. 주당 인수가액은 82만원. 100% 지분으로 환산하면 6000억원에 육박하는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계약 당시 남양유업 시가총액이 31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운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후 남양유업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실적 악화가 지속됐고 브랜드 이미지 역시 크게 훼손된 탓이다. 홍 회장이 계약 철회를 요구하기 전인 2021년 7월, 81만3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해 35만원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실적도 안 좋다. 남양유업은 2010년대 이후 연결 기준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왔다. 2014년 이후부터는 5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실적이 급격한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2020년 매출(9489억원)은 1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77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홍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2021년(매출 9561억원, 영업손실 779억원) 실적은 더 악화됐다. 불가리스 사태에 따른 불매 운동과 이미지 악화가 결정적이었다.

다만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와 관련한 이른바 ‘오너 리스크’만 걷어내면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상품 라인업이 탄탄하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분야인 덕분에 충분히 반등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앤코 승소로 추가 한앤코 쪽으로 기울면서 남양유업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2월 16일 종가 기준 주가는 57만3000원, 시총은 4126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우유와 분유 시장은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식품 업체도 남양유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며 “오너 리스크가 워낙 크게 작동하고 있지만 한앤코는 홍 회장 퇴진 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남양유업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리브랜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탓에 ‘사명 변경’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인수 후 통합(PMI) 내용 수정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경영권 분쟁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남양유업 경영 상황이 계약을 맺던 당시 시점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앤코 역시 기존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는 등 남양유업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 기업가치 제고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리브랜딩을 위해 사명 변경 등을 고려할 만하다. 한앤코가 과거 볼트온 전략을 적절히 활용해 웅진식품도 엑시트한 경험이 있는 만큼,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 등 포트폴리오와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7호 (2023.02.22~2023.02.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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